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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막판 '얼굴없는 비방' 난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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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새벽녘 주택가에 뿌려진 비방유인물, PC통신에 올라오는 유언비어, 한밤에 걸려오는 괴상한 전화 등…' . 6.4 지방선거에서는 정책대결도, 돋보이는 공약도 아닌 '얼굴없는 비방' 이 판치고 있다.

선거운동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강원.경기 등 경합지역을 중심으로 '저질 선거전' 이 기승을 부려 '망국적 작태' 라는 개탄의 소리가 각계에서 나오고 있다. 2일 현재 선관위가 적발한 흑색선전 사례는 문서배포 1백21건, PC통신을 통한 비방.루머살포 91건 등 모두 2백12건에 이른다.

◇ 비방 유인물 = 1일 강원도삼척시 한 아파트단지에는 "모 후보가 승진뇌물을 받고 여비서와 관계를 가졌다" 는 유인물이 살포됐다.

같은 날 경기도수원시장안구 일대에는 '특정 도지사후보를 지지한다' 는 괴문서가 뿌려졌다.

이곳에선 사흘전에도 '한 도지사후보가 문민독재를 찬양하고 지역감정을 조장했다' 는 흑색 선전물이 발견됐다.

지난달 30일에도 경기도안양시동안구달안동 아파트단지에 한 후보의 특혜비리 의혹을 비방하는 유인물이 뿌려졌다.

◇ 사이버 루머 및 허위 여론조사 = 하이텔.천리안 등 PC통신망에는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각 후보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모 후보는 집사람을 학대한 사람' '선거 때마다 당을 옮긴 기회주의자' 등의 글이 하루 수백건씩 비슷한 내용으로 반복되고 있다.

강원도 한 후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승진을 미끼로 뇌물을 받고 술집여자와 놀아났다" 고 매도하는 글이 게재됐다.

1일 울산시장에 출마한 모 후보 선거사무실에는 "잠자는 시간에 왜 전화를 거느냐" 는 유권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전화한 사실이 없다" 며 해명해야 했던 이 후보는 "역 (逆) 선전이라는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어 속수무책" 이라며 답답해했다.

지난달 31일에도 울산시 일대엔 여론조사를 사칭한 '특정후보 비난 전화' 가 걸려 오기도 했다.

지난달 27일에는 8백여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상대후보를 음해하는 내용의 여론조사를 의뢰한 한 경북 김천시장 후보 선거사무원이 검찰에 구속됐다.

◇ 대책 = 한국유권자운동연합 이광천 (李洸泉) 사무처장은 "유권자.후보간 바람직한 의사소통을 저해하는 흑색선전은 선거의 의미를 희석시키는 행위" 라고 비판했다.

그는 "악의적 루머 유포행위는 선거가 끝난 뒤라도 관계기관이 철저하게 조사해 당선무효와 함께 꼭 재판정에 세워야 한다" 고 말했다.

나현철.강릉 = 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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