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란저우시]“공해로 못살겠다 산을 없애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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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중국의 간쑤 (甘肅) 성 란저우 (蘭州) 시에서 현대판 우공이산 (愚公移山) 작업이 한창이다. 옛날 중국의 우공이란 노인이 집앞의 산 때문에 출입이 불편하자 주위의 비웃음에 아랑곳 않고 산을 파 옮기기 시작했다는 우화가 '우공이산' 이다.

우공은 출입 불편 때문이지만 란저우시는 고질적인 대기오염 해결을 위해 산을 퍼내버리기로 한 것이다. 중국 서북쪽에 자리잡은 란저우는 사방이 산으로 막혀 바람이 없다.

미풍조차 없는 날이 1년중 3백일이 넘는다. 지난해 연중 평균 풍속은 초당 0.8m. 경제성장에 따라 연료소비와 차량 배기가스가 급증하면서 란저우시의 공기는 대기오염 덩어리가 됐다.

심할 때엔 1천4백m에 달하는 오염층이 시를 솥뚜껑처럼 눌렀다. 태양도 빛을 잃어 '해나 달이나 희미하기는 마찬가지' 란 말도 나오고 '푸른 하늘을 보고싶다' 는 절규도 터져나왔다.

시는 14억위안 (2천2백여억원) 을 들여 '창공 (蒼空) 계획' 등 무려 다섯가지 공사를 펴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러자 한 시민이 아이디어를 냈다.

동쪽의 다칭 (大靑) 산을 퍼내 동풍을 끌어들이자는 기발한 발상이었다. 갑론을박 (甲論乙駁) 끝에 96년12월 다칭산 개발공사가 설립됐고 97년 5월18일부터 본격 작업이 시작됐다.

2백m 높이의 다칭산은 1년이 지난 현재 30m 정도가 됐다. 퍼낸 흙은 황허 (黃河) 의 저지대 개발로 돌려졌다.

산을 퍼낸 뒤 동풍을 불러들이지 못한다 해도 최소 20㏊의 땅은 새로 얻게 된다는게 시의 계산이다. 사업비용은 9천9백60만위안 (약 1백60억원) .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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