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이 맞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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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로부터 욕설을 듣거나 폭행을 당하는 교사가 매년 늘고 있다.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폭행•폭언 사례가 지난 한 해 동안 92건 신고됐다(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2008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 실적’). 심지어 학생들에 의한 교사폭행 사건도 왕왕 발생하는 실정이다. 중국에서도 최근 여교사가 수업시간에 욕설을 한 남학생을 꾸짖다가 집단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교권추락의 심각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쓰촨성 충칭에서 발행되는 중경상보(重慶商報)의 보도에 따르면 퉁징(統景)중학교 허샤오친(何小琴, 여) 물리 교사는 수업도중 같은 반 여학생에게 큰 소리로 욕설을 하던 남학생 샤오링(小靈, 가명)의 귀를 잡아 당기며 꾸짖었다. 샤오링은 허 교사의 질책에 반항하며 선생님을 구타했다. 허 교사는 팔에 심한 멍이 들었다.

이튿날 샤오링의 부친 왕 씨는 학교에 찾아와 허 교사에게 치료비를 지급하고 용서를 빌었다. 샤오링은 근신 6개월 처분을 받았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틀 후 교장실에 호출된 허 교사는 샤오링의 아버지와 그 가족들과 마주쳤다. 허 교사가 자리에 앉자 육순 나이의 샤오링 할머니가 허 교사의 빰을 때리며 “어떻게 내 귀한 손자를 때릴 수 있느냐”며 고함을 질렀다.

함께 자리에 있던 동료 교사의 증언에 따르면 샤오링의 할머니가 허 교사의 빰을 때리는 과정에서 다툼이 일어났다. 동시에 왕 씨의 친구들이 갑자기 허 교사에게 몰려와 바닥에 눕힌 채 발로 차며 머리를 잡아 끄는 등 거센 폭력을 가했다. 교장실에 함께 있던 후샤오린(胡曉林) 도덕 교사는 당시에 샤오링 가족과 친구들에 의해 상의 단추가 떨어져 속옷이 드러날 정도로 폭행을 당했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싸움 과정에서 샤오링의 할머니는 이마에 상처를 입었고 다른 교사들이 폭행을 말리는 사이에 루왕단(盧王端) 교장이 경찰에 신고했다. 허 교사는 폭행 당시 충격으로 정신을 잃었고 전신에 타박상은 물론 허벅지에 어혈이 맺히고 아직도 두통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폭행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허 교사는 욕설이 담긴 핸드폰 문자를 받고 파출소에 신고했다. 퉁징 파출소는 신고를 받고 발송지 번호로 연락을 취했지만 도통 연락이 되지 않았다.
학교 경비원의 증언에 따르면 허 교사가 샤오링을 훈계한 날 밤에 오토바이 3대를 탄 건장한 남자들이 화난 표정으로 나타나 샤오링을 데려갔다고 말했다. 허 교사의 남편 선(沈)씨는 아내가 집단 구타를 당해 병원에 입원한 당일 수상한 사람들이 아내의 병실을 노크하는 등 병실 주변을 맴돌았다고 말했다.

퉁징진(統景鎭) 정부 관리에 따르면 진정부와 교육위원회는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고 피의자 학생의 학부모 왕씨를 불러 허 교사에게 정중히 사과하라고 지시했다. 퉁징파출소의 황(黄)소장은 피의자 왕 씨에게 정중한 사과와 치료비 지급을 요청했으며 폭행에 함께 가담한 이들에게 합당한 법적 처벌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선우경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kysun.s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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