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성공했다]'드래곤책방' 백용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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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2월 서울송파구풍납동에 만화대여전문점 '드래곤책방' 을 연 백용선 (白鎔先.34) 씨는 요즘 마음이 가볍다. 어렵게 시작한 가게가 제 궤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준비 없이 소자본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무작정 시작했다가 고생을 무척 했습니다."

회사의 인원감축으로 지난해 9월 3년간 다니던 유통업체를 그만 둔 白씨는 올 초 우연히 지역정보지에 실린 '만화대여점 2천5백만원 창업, 순수입 2백만원' 이란 광고문구를 보고 귀가 솔깃해졌다. 회사를 그만둔 뒤 여러 곳에 이력서를 내봤지만 번번이 '퇴짜' 를 맞았던 터라 白씨는 곧바로 체인 본사에 전화를 걸어 창업문의를 했다.

6~10평 규모의 가게보증금 5백만원에 책값 7백50만원, 인테리어비 6백만원, 스타사진 및 만화캐릭터상품 구입비 2백50만원, 컴퓨터 구입 및 부대비용 4백만원 등 모두 2천5백만원이면 창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白씨는 회사 퇴직금 1천2백만원과 직장생활을 하며 틈틈이 모아둔 1천6백만원을 합쳐 창업준비에 들어갔다.

학생과 20대 젊은층을 상대로 만화.소설.잡지 등을 빌려주고 스타 사진과 만화 캐릭터상품을 파는 업종이기 때문에 번화가보다 주택가, 그것도 학생들의 통학로에 위치하는 점포를 물색했다. 그렇게 해서 점찍은 곳이 풍납동 대하아파트 옆에 위치한 7평 규모의 가게. 이 곳은 주택가에 위치해 임대료도 보증금 5백만원에 월세 44만원으로 비교적 싼 편에다 인근에 학교가 두 곳이나 있었다.

한달여 동안의 준비 끝에 2월 중순 드디어 창업의 꿈을 이뤘지만 어려움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하루 매상이 4만~5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이 정도로는 월세.전기료 등 부대비용을 빼고 나면 생활이 안되는 실정이었습니다."

한 달이 지난 뒤 이렇게는 안되겠다고 판단한 白씨는 발로 뛰기 시작했다. 인근 학교 앞에서 캐릭터와 유명연예인 사진 샘플을 공짜로 나눠주고, 회원 고객이 친구와 함께 올 경우 만화 3권 무료 대여.캐릭터 상품 제공 등 '가게 알리기' 판촉에 나섰다. 가게를 찾는 학생들에게 최근 인기있는 책과 연예인을 꼼꼼이 물어 신속하게 구비해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기존의 만화방과는 달리 가게 안에서는 보지 못하고 빌려가도록만 돼있는 점 (만화는 권당 3백원, 소설은 5백원) 과 관련해 진열에 신경을 많이 썼다.

교육측면을 고려해 저질만화는 다루지 않고, 성인용 만화는 신분증을 제시받아 나이를 확인한 뒤 빌려주는 등 엄격한 관리노력을 하고 있다.

白씨는 "이제는 하루 매상이 12만~13만원으로 늘어 18개 체인점 가운데 상위그룹에 속해 있다" 면서 "각종 부대비용을 빼면 월 순수입이 2백만원은 된다" 며 활짝 웃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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