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빼돌려 부처비자금 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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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통상산업부 (산업자원부 전신) 와 농림부가 국고에 반납해야 할 정부예산으로 불법자금을 조성, 이를 해외출장비 등 부처 업무비에 사용해온 사실이 29일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말 통산부와 농림부에 대한 감사에서 이같은 사실을 적발, 시정조치했다.

감사결과 통산부는 90년 이후 지난해말까지 기술개발비로 중소기업체에 지원한 자금중 중도 환수된 2백31억원을 산하기관인 산업기술연구소를 통해 기업금전신탁에 예치, 부처 업무비 등에 사용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 예산회계법은 환수금은 반드시 국고에 반납하고, 장관 결재로도 사용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나 통산부는 이를 무시하고 장관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규를 만들어 자금을 관리해왔다.

통산부는 또 이 자금을 국회의 예산심의도 받지 않은 채 기술개발과제비 명목으로 57억원, 연구관리사업비조로 56억원 등 모두 1백20억여원을 지출했고, 지난해말 현재 잔고가 1백25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통산부는 지난해 9월엔 직원들의 해외출장비를 해외기술개발비인 것처럼 꾸며 1억3천만원을 지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통산부는 남은 돈중 56억원을 96년 이후 산업기술연구소에 무상 대여했으며 연구소측은 이 자금을 인건비로 사용하기도 했다.

농림부도 76~96년 간척지 매각대금 9백41억여원을 반납치 않은 채 8백78억원은 국회 예산심의도 없이 각종 사업에 사용했으며, 남은 63억원은 산하기관인 농어촌진흥공사에 맡겨 관리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감사원 관계자는 "당시 장관들은 현직에서 물러난 상태여서 책임을 묻지 않았다" 면서 "문제의 자금을 국고에 반납토록 해당 부처에 지시했다" 고 밝혔다.

한편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기술개발 목적으로 배정받은 예산인 만큼 그 취지에 맞게 사용한다는 차원에서 환수금을 반납치 않고 각종 연구개발사업에 사용했다" 며 "감사원 지적에 따라 잔여금을 모두 반납했다" 고 해명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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