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조조정 공·사 차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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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대한 두 부동산신탁회사에 대한 구제금융 확대 방침은 국민 부담으로 직접 전가되는 공기업 (公企業) 의 부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또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알짜 기업을 팔아서라도 신속한 구조조정에 착수하라고 촉구하는 정부가 공기업의 자회사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이중 잣대를 사용하고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이같은 기업 구조조정 정책의 혼선 또는 무원칙은 빨리 시정돼야 한다.

정부 일각에서도 두 회사의 파산 절차를 진행시키는 것이 올바른 정리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격심한 고통을 불러올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불합리한 기준에 따라 기업의 생사가 좌우된다는 인상을 남기면 안된다.

그런 잡음은 필요 이상의 고통을 수반할 수 있다.

두 부동산신탁회사가 부실화된 것은 종금사의 단기 대출금으로 과다한 장기 투자사업을 벌인데 근본 원인이 있다.

모 (母) 기업인 한국감정원과 성업공사도 입주자 보호를 위해 이들의 방만한 경영에 휘말려들어 갔다고 변명할 것이다.

그러나 구제금융을 받아도 두 회사의 회생 (回生) 가망이 별로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자 (子) 기업의 부실이 모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 조성될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차관을 준 국제 금융기관도 한국 정부의 이상한 구조조정 방식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도 있다.

이런 구조조정 방식은 우리가 추구하는 모델이 아니다.

모범적인 구조조정이 될지 어떨지는 아직 판정하기 이르나 대우 - 쌍용 방식, 두산.한화 모델의 구조조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대우 - 쌍용 자동차 합병은 금융기관의 채무상환 유예, 부분 탕감 등의 신속하고 과감한 결단이 돋보인다.

두산은 비록 창업한 터라도 미련없이 매각하는 선구자적 자세를 보였고, 한화는 최근 싼 값에 팔았다는 수근거림을 무릅쓰고 발전 (發電) 분야를 외국 기업에 매각했다.

민간기업이 사활 (死活) 을 건 매각 게임을 벌이고 있는 동안 공기업은 국민 등에나 업히려는 안일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오늘의 경제 기상도 (氣象圖)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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