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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이성잃은 인신공격 싸늘해진 6·4선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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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야의 인신공격이 위험수위를 돌파, 급기야 무더기 고발사태로 비화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청와대와 국민회의는 "국가원수까지 음해하는 야당의 인신공격은 묵과할 수 없는 행위" 로 규정, 사법처리를 공언하고 나서 선거판에 싸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여기에 26일 서울시장 후보 TV토론이 편파성 시비에 휘말리면서 일부에선 TV토론 거부론까지 제기되는 등 선거전이 상궤 (常軌) 를 이탈할 조짐마저 보인다.

여권을 발끈하게 만든 대목은 한나라당 김홍신 (金洪信) 의원의 김대중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 또 출처가 불분명한 金대통령과 국민회의 임창열 경기지사후보 부인 주혜란 (朱惠蘭) 씨와의 관계를 제기한 흑색선전물. 국민회의측은 '金대통령이 상습적인 거짓말쟁이로서 공업용 미싱으로 (입을) 박아야 한다' 는 金의원의 발언내용을 공개하며 "국가원수에 대한 악의적 표현으로 명백한 범죄행위" 라고 흥분하고 있다.

특히 김옥두 (金玉斗) 지방자치위원장을 비롯한 고위 당직자들은 "아무리 선거전이라 하지만 넘어서는 안될 선이 있다" 면서 "한나라당 조순 (趙淳) 총재의 공개사과와 金의원의 의원직 사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불행한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 이라며 펄펄 뛰고 있다. 사태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당사자인 金의원은 "특정인을 거명치 않았다" 는 내용의 자료를 돌리며 긴급 진화에 나섰으나 오히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말았다.

국민회의측이 입수한 녹음테이프에 "살아 생전에 거짓말을 많이 하면 죽어서 염라대왕이 잘못한 만큼 바늘로 한뜸 한뜸 뜨는데 거짓말을 하도 많이 한 金대통령과 林후보는 바늘로 뜰 시간이 없어 공업용 미싱으로 드르륵 드르륵 박아야 할 겁니다" 라며 金대통령과 林후보를 지칭했음이 분명히 밝혀졌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경기도에서 발견된 흑색선전 문건으로 감정이 극도로 격앙돼 있다.

문제의 선전물은 "여권의 최고위층이 林후보 부인 朱씨의 거처에 자주 들락거렸다" "일산 자택에서 朱여사가 집사역할을 하며 부인 다음가는 실세다" 라는 얘기를 담고 있다.

이강래 (李康來) 정무수석은 "묵과할 수 없는 행위" 라면서 "선거승패와 관계없이 출처를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사법처리할 것" 이라는 초강경 태도다. 현재 경찰에서 추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진원지가 곧 드러날 것이고 그에 대한 사법적 책임은 반드시 묻겠다는 것이다.

여권이 이처럼 초강경 입장으로 돌아선 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우선 국가원수에 대한 비난은 모르지만 도를 넘어선 사실무근의 인신모독성 발언은 묵과할 경우 앞으로 더욱 심한 얘기들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다. 여권은 특히 야당측이 인신공격을 막판 주요 득표전략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차제에 金의원 등 문제가 된 인사를 혼내 야당의 인신공격 전략에 쐐기를 박겠다고 벼르고 있다.

문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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