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삼성생명 혼혈 로버슨, 신한은행 독주 막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오늘은 ‘휴지’ 안 뛰나요?”

‘휴지’라는 해괴한 별명을 얻은 주인공은 여자프로농구(WKBL) 삼성생명이 지난달 영입한 혼혈 선수 킴벌리 로버슨(23·미국)이다. 로버슨은 아직 한국 이름을 짓지 못해서 팀 관계자들이 ‘유한킴벌리’ 혹은 ‘휴지’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다. 로버슨은 여자 농구 최고 유망주다.

15일 막을 올린 퓨처스리그(프로 7년차 이하만 출전하는 시범경기)가 열린 경기도 용인의 삼성휴먼센터 농구장. 같은 건물에서 훈련하는 남자 농구 삼성의 서동철 코치가 들어와 ‘휴지’의 안부를 물었다. 서 코치는 “킴벌리가 뛰는 걸 보면 누구나 반할 것”이라며 “연습경기 하는 걸 보니까 남자 선수들만 쓰는 빠른 페이크 동작 후에 원핸드 슛으로 3점을 꽂아 넣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정작 이날 로버슨은 어두운 표정으로 벤치를 지켰다. 훈련 도중 무릎을 다쳐 3주간 쉬라는 진단을 받아서다. 그는 이호근 삼성생명 감독에게 “괜찮으니까 웃으면서 보라”는 위로를 받고 나서야 이가 보일 듯 말 듯 어색하게 웃었다. 그만큼 운동에 대한 욕심이 많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로버슨은 지난달 28일 한국에 왔다. 여자프로농구에서는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인 혼혈 선수를 한국 선수로 인정한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없어진 여자프로농구에서 운동 능력이 남다른 흑인 혼혈 로버슨은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WKBL에는 혼혈 선수 마리아 브라운(전 금호생명)과 재미동포 임정희(전 삼성생명)가 있었지만 모두 적응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 감독은 로버슨이 이들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로버슨이 NCAA(미국대학스포츠) 여자 농구 명문팀인 인디애나대학의 주전 가드 출신이다. 기본기가 탄탄하고, 팀플레이도 잘한다”고 말했다. ‘호화군단’ 신한은행의 독주를 저지할 수 있는 무기로 키워내겠다는 생각이다.

키 1m78㎝의 단단한 몸매인 로버슨은 포인트가드부터 포워드까지 두루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다. 로버슨은 “얼마 전 팀 회식을 했다. 선수들이 밥 먹는 도중에 단체로 나가 춤을 추면서 ‘쏘리쏘리(슈퍼주니어의 노래)’를 불렀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한참 웃었다. 좋은 동료들과 함께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용인=이은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