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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일보를 읽고

담합행위 단속 의미 비중 있게 다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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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우리 사회는 담합과 같은 반경쟁적인 행위가 적발될 때 다분히 이중적인 반응을 보이곤 한다. 담합행위가 시장 경쟁에 해로운 일인지 아닌지는 잘 따지려 들지 않을뿐더러 다반사로 일어날 수 있는 대수롭지 않은 현상으로 여길 때가 많다. 때로는 담합행위를 단속하는 경쟁당국을 곱지 않게 보거나, 심지어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는다고 푸념을 늘어놓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다 외국에서 국내 유수 기업의 담합행위가 적발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막대한 벌금을 부과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나서야 비로소 담합 관행이 글로벌 스탠더드 측면에서 결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반독점법 위반으로 1억 달러 이상 벌금을 받은 케이스가 16건인데, 그 가운데 한국 기업과 관련된 것이 무려 4건이다. 같은 카르텔이라도 유독 한국 기업의 벌금액이 많다는 데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아무리 수출 확대나 무역흑자를 위해 안간힘을 써도, 수억 달러씩 벌금으로 내면 헛일이 되고 말 뿐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외국의 경쟁사업자들이나 경쟁당국들은 시장에서 벌어지는 경쟁의 게임을 주시할 것이 분명하다. 한국 사회에서 카르텔 행위를 무심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도 외국에서는 잘 알고 있을 터다. 크나큰 약점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국내 유수의 언론들이 카르텔 규제에 대한 국제적 움직임을 관심 있게 보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중앙일보는 6월 9일과 10일 연이어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의미 있는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심영섭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