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활동 2제]서울대 총서 '한국의 탐구' 첫권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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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학계에서 축적된 한국학 연구성과를 일반인 눈높이에 맞춰 풀어놓는 작업이 활발하게 펼쳐질 전망이다.서울대 출판부에서 발간하기 시작한 기획총서 '한국의 탐구' 시리즈가 대표적 경우. 그동안의 딱딱하던 학술전문서의 틀을 벗어나 우리 문화의 궤적과 저력을 쉽게 풀이한 고급교양서 성격을 띠고 있다.

이미 우리 고전을 현대적 언어 감각에 맞게 옮긴 솔출판사의 '나랏말씀 시리즈' (현재 23권 출간) , 한국학 관련 소장학자들의 연구를 모은 도서출판 사계절의 '한국학 시리즈' (현재 5권 출간)가 나온데 이어 서울대가 지난 22일 한국학 대중화에 불을 댕길 계획을 밝혔다. 서울대 '한국의 탐구' 는 특히 국내 중견학자들이 총집결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학.어학.역사.사상.인물.과학.종교 등 분야별로 각계 전문가가 대거 참여한다. 기획위원은 서울대 권두환 (국문학).금장태 (종교학).김용덕 (동양사).노태돈 (국사학).이병근 (국어학).이태진 (국사학) 교수 등 6명. 1년 전부터 선정에 들어가 우선 1차분으로 2000년까지 1백42종을 간행할 계획이다.

필자는 학교.지역을 떠나 각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를 펴온 학자들에게 맡겼다. 시리즈 첫권으로는 금장태 교수의 '퇴계의 삶과 철학' 을 선보였다.

중국 주자학의 그늘에서 벗어나 조선 성리학이란 독창적 사상을 꽃피웠던 퇴계 (退溪) 이황 (李愰.1501~70) 의 발자취를 정리했다. 그리고 연말까지 '한국의 석조건축' (정영호.교원대 역사교육) '실학의 정치사상' (김태영.경희대 국사학) '한국의 인물화' (홍선표.한국미술연구소장) '한국 샤머니즘의 실체' (조흥윤.한양대 문화인류학) 등 모두 21권이 집필 완료될 예정. 일반인들이 읽기 편하도록 가급적 주 (註) 는 생략하고, 대신 상세한 참고문헌을 달아 연구입문서로 활용할 수 있도록 꾸민다.

김용덕 서울대 출판부장은 "우리 정체성 탐구는 문화의 지역화.국제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오늘날 더욱 중요하다" 며 "연구성과와 독자 반응에 따라 종수를 계속 늘려가겠다" 고 밝혔다. 한편 서울대는 세기말 혼돈과 과학기술 문명 속에 위축된 인간성의 회복을 모색하는 '인간의 탐구' 시리즈도 시작할 예정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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