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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변방 축구 대반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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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 - 요르단 볼 다툼
44년 만에 아시안컵 탈환을 노리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9일 밤 요르단과 B조 조별 리그 첫 경기를 했다.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장한 정경호(右)가 요르단 수비수와 볼을 다투고 있다. [지난=연합]

'변방팀 반란'의 광풍이 아시아까지 밀어닥치는가.

아시안컵 축구 개막 사흘째를 맞은 가운데 동북아와 함께 아시아 무대를 양분해온 중동 축구가 중앙아시아.동남아 축구의 반란에 휘말려 잇따라 봉변을 당했다. 이번 대회가 변방 그리스의 우승으로 끝난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4)의 재판(再版)이 되는 건 아닌가 하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반란의 서막은 18일 중국 청두에서 벌어진 조별리그 C조 사우디아라비아와 투르크메니스탄의 경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1위로 아시아 국가 가운데 한국(20위)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무려 72계단 아래인 투르크메니스탄(93위)과 2-2로 비겼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전반 시작 6분 만에 투르크메니스탄에 선제골을 뺏기며 불안하게 출발했고, 동점도 페널티킥으로 뽑아냈다. 그나마 후반 13분 역전골을 넣어 체면을 차리는가 싶던 사우디아라비아는 후반 45분 투르크메니스탄에 프리킥 골을 내줘 경기를 무승부로 마쳤다.

베이징에서 열린 A조 경기에서는 FIFA 랭킹 54위 카타르가 이번 대회 참가국 중 최약체로 꼽히는 인도네시아(96위)에 1-2로 패하는 파란이 일었다.

일본 축구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 맡고 있는 카타르는 인도네시아에 전.후반 한 골씩 내줬고, 후반 40분에야 간신히 한골을 만회해 영패를 모면했다.

세 경기가 벌어진 이날 반란의 대미는 C조의 우즈베키스탄이 장식했다. FIFA 랭킹 80위 우즈베키스탄은 37계단이나 위인 강호 이라크(43위)를 1-0으로 잡는 기염을 토했다. 전반 22분 터진 카시모프의 그림 같은 프리킥 골로 리드를 잡은 우즈베키스탄은 이후 이라크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내 승리를 지켰다.

약체들의 반란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요하네스 본프레레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18일 한국의 조별리그가 벌어지는 지난에서의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은 월드컵 4강의 꿈에서 깨어나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자리는 기자간담회였지만 내용은 대표선수와 한국 축구팬을 향한 것이었다.

본프레레 감독은 "선수와 국민 모두가 과거에 묻혀 있는 것 같다. 스스로 강하다고 믿는 것은 좋지만, 이를 경기를 통해 증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강하고 상대는 약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실수다. 우리가 좋은 팀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새롭게 정신무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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