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직사정은 내실있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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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위 공직자의 근무기강이 해이해지고 냉소적 분위기가 확산돼 사정 당국이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정밀내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1급 이상 공직자들의 비리연루 여부와 근무태도 등을 자체 점검한 결과 공직기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2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암행점검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2급 공무원이면 중앙부처 국장급으로 직업 관료 최고위직이자 꽃이다. 이들의 근무자세가 흐트러진다는 것은 곧 국가기강이 해이해졌음을 의미하는 것과 다름없다.

최근 경찰.세무직 등 하급 공직자들의 엄청난 부패사건이 연속해 터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또 6.4 지방선거후 국가 전반에 걸친 개혁작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공직자의 기강확립과 사정의 필요성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특히 고위 공직자들 사이에 정부의 개혁 추진을 외면하거나 냉소적 분위기가 있다는 것은 큰 일이다.

또 정부의 기밀사항을 외부에 계획적으로 누설한다는 것은 공직자로서의 기본자질 문제다. 국가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시점에 앞장서야 할 핵심 공직자들이 이처럼 흔들린다면 국가적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공직자 사정은 내실 (內實) 이 핵심이다. 과거 김영삼 (金泳三) 정부 시절 연례행사처럼 공직자 사정을 외쳤지만 소리가 요란했던 만큼 성과는 거두지 못했던 것을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당시 사정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바람에 공직자 사회가 위축되면서 복지부동 (伏地不動).무사안일 등 많은 부작용을 낳았던 기억이 새롭다. 공직자에 대한 본격 사정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새 정부는 두 여당의 연립정권 형식을 띠고 있으므로 일사불란한 행정을 위해서는 공직자 기강확립이 어느때보다 요구된다. 그러나 그럴수록 엄격한 기준과 정확하면서도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코 마녀사냥식 공직자 사정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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