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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 시위 괜찮다고 말하는 인권위 막상 피해 생기면 일절 책임 안 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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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1일 오후 2시 집무실에서 만난 강희락(사진) 경찰청장은 피곤해 보이지 않았다. 전날 밤 벌어졌던 대규모 집회 ‘6·10 행사’는 자정이 안 돼 종료됐다. 경찰 추산 2만2000명이 모였지만, 예상보다 적었다. 차분하게 진행되던 인터뷰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얘기가 시작되면서 일렁였다.

강 청장은 “복면 시위가 괜찮다고 말하는 인권위다. 그런 인권위가 막상 사람들이 다치고 피해가 발생하면 일절 책임지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복면 착용은 ‘익명성 뒤에 숨어 폭력을 저지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지난 9일 국회의장과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에게 집시법 개정안 중 ‘복면 착용 금지’ 등 5가지 규정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삭제를 권고한 바 있다. 다음은 강 청장과의 일문일답.

-안경환 인권위원장은 불법 행위를 미리 예상해 집회 허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는데.

“옆에서 얘기하긴 쉽다. 경찰은 집회를 주최하는 이들이 폭력을 행사한 경험이 있는지, 행사의 성격은 어떤지 미리 가늠해 ‘범죄 예방 차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경찰의 존재 이유다.”

-인권위 입장에선 할 말을 한 거 같은데.

“인권이 최상의 가치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인권위가 최상위 기관인 것처럼 모든 것을 컨트롤하려고 하는 건 문제다. 소수의 인권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로 인해 다수가 피해를 본다면 막아야 한다.”

-과거에는 상황에 따라 처벌과 진압 수위가 달라지기도 했다.

“폴리스라인 1m를 넘어도 불법, 10m를 넘어도 불법이다. 지난 정부에 ‘인내 진압’이란 게 있었다. 상황에 따라 법을 달리 적용하면 법치를 할 수 없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워싱턴에서 주재관으로 일했다. 한국에서 원정 시위를 여러 번 왔다. 국내에선 과격하다고 소문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미국에 오니 폴리스라인을 잘 지키는 ‘준법정신 강한 현지 시민’처럼 행동하더라.”

-서울광장 차벽 봉쇄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많다.

“불법 폭력 시위가 명백히 예상될 경우에만 차벽을 치도록 하겠다. 10일엔 치지 않았다. 유연하게 하겠다.”

-지난달 16일 민주노총과 화물연대가 주최한 대전 집회에서 죽창이 등장하며 폭력 시위가 벌어졌었다.

“불법 행위에 대한 증거가 있는 20여 명은 끝까지 추적해 검거하겠다. 민주노총과 화물연대를 상대로 4억8000만원의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미 변호인단이 구성됐으며 이달 내로 소장을 접수할 것이다.”

-사법시험 출신 첫 경찰청장이다. 사법권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어느 한 기관이 수사권을 독점함으로써 발생하는 폐해는 상상 외로 크다.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도 맞지 않고, 국민 편익 면에서도 좋지 않다. 교통사고를 당하면 경찰에서 조사하고, 똑같이 검찰에서 또 조사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경찰이 가져올 수 있을까.

“교통사고·절도·폭력 등 경찰이 대부분의 수사를 맡고 있는 부분을 먼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풀뿌리 치안을 강조하면서 ‘자전거 순찰’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 경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는 자전거 순찰이 효과적일 것이다. 차를 가지고 다니기엔 불편하고, 걸어 다니기엔 멀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노인정도 들르고 놀이터에서 주민들도 만나야 한다. 대면 접촉이 치안의 출발이다. 지역 특성을 해당 경찰서장이나 지구대장이 잘 파악해 순찰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대담=이철희 사건사회데스크
정리=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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