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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 단속 카메라 먹통 만드는 장비 밀수 업자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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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청주에 사는 회사원 이모(39)씨는 업무상 지방 출장이 잦았다. 회사와 거래처를 바삐 오가다 보면 한 달에 7차례 넘게 이동식 과속 단속 카메라에 적발됐다. 과태료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12월 이씨는 고민 끝에 한 자동차 동호회 사이트에서 단속 카메라를 무력화시킨다는 장비 ‘제미니’를 구입했다. 사기가 아닐까 의심도 했지만 “장비 사용 뒤 단속될 경우 과태료를 100% 물어주겠다”는 홍보 문구를 믿었다. 효과는 놀라웠다. 아무리 속도를 내도 단속 카메라에 걸리지 않은 것. 장비에 만족한 이씨는 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구입을 권하기도 했다.

‘제미니’는 가로 5㎝, 세로 8㎝의 직사각형 단말기 두 개가 한 세트로, 차량 번호판 양 옆에 기기를 부착하도록 돼 있다. 과속 시에 단속 카메라가 이를 감지하고 레이저를 쏘면 이에 대항하는 레이저를 발사해 카메라를 교란시켜 단속을 피하는 방식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5일 ‘제미니’를 밀수해 판매한 혐의(관세법 위반)로 자동차용품점 업주 이모(4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이씨로부터 장비를 사들여 판매한 자동차 동호회장 윤모(35)씨 등 7명과 장비를 구입해 사용한 운전자 이모씨 등 4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업주 이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영국에서 장비 180여 대를 대당 7만원에 몰래 들여온 뒤 20만원을 받고 팔아 2400만원을 챙긴 혐의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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