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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스타]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홍은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홍은미? 숙명여대 홈페이지를 찾는 학생들에게 그를 아느냐고 묻는다. 고개가 갸우뚱. 바꿔 묻는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인터넷 관련 문의사항 해결사 'ienvyou' 는? "아~ 그 인터넷 도사!" . 정보방송학과 4학년 홍은미 (26) 씨는 교내에서 '마법의 손' 으로 통한다. 지난해 초 대학종합평가 때. 황무지나 다름없던 학교 홈페이지가 그의 손에서 다시 태어나며 그런 별명을 얻었다.

"평소 제가 인터넷 쪽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아시던 기획과장님이 이 기회에 한번 싹 뜯어 고쳐보라고 하셨어요. 학교와 학생이 원활하게 소통을 해야 하는 장소인데 방명록은 커녕 게시판조차 변변히 없었거든요. " 고작 학교 소개.연혁 등 '눈가리고 아웅' 이던 곳에 통신망의 장점인 '쌍방향성' 을 십분 살려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기말시험과 겹쳐 밤을 꼬박 새가며 매달렸다.

그 결과 "우리 학교 홈페이지 너무 산뜻해졌다"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좋다" 는 학생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아예 올해부턴 '인터넷 정보관리팀' 이 만들어져 학교쪽과 정식으로 계약을 했다.

학교 홈페이지를 6개월마다 업데이트 하는 것이 주 업무. 하지만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그가 '컴맹' 이자 '넷맹' 이었다는 사실을 아는지. 대학 입학도 또래들보다 4년이나 늦은 늦깎이라는 사연은 더욱 놀랍다. 여상 졸업 후 디자인 학원도 다니고 편집일과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회 물을 먹은' , 학교로 치면 '왕언니' 격이다.

대학 졸업장을 쥐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좀더 넓은 물에서 마음껏 헤엄을 쳐보고 싶었다. 인터넷도 '시야의 확장' 이라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첫 인연은 2학년 때 인터넷 수업. 그 후 지난해 7월 자신의 홈페이지인 '은미 랜드' (http://galaxy.channeli.net/ienvyou) 를 만들기까지 한없이 넓은 정보의 바다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정보를 주고 받았다.

하루 평균 1백여명이 이 곳을 찾는 이유는 아기자기한 꾸밈새도 그렇지만 바로 '홈페이지 클리닉' 때문. 홈페이지 제작과 관련한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무료로 이미지를 만들어 띄워준다. 36면 '캠퍼스' 서 계속 "강의만으론 홈페이지를 만들어 서버에 어떻게 올리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죠. " 그래서 이번 주엔 과 학생들을 상대로 인터넷 강좌를 연다.

학교 측에선 아예 전교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달라고 요청을 해왔다. 이뿐 아니다.

방송정보학과 졸업앨범을 CD롬 타이틀로 만들고 있다. "웹 마스터나 웹 디자이너 등이 하는 일을 한꺼번에 하고 싶은게 꿈" 이라는 포부에 걸맞게 촘촘히 짜인 일정이다.

"남보다 출발이 늦은건 별게 아니죠.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을 알짜배기로 쓰는게 가장 중요하지요. " 취업난으로 캠퍼스는 낭만보단 우울 쪽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이렇듯 세파에 무작정 휘둘리지 않는 씩씩함도 분명히 숨쉬고 있다.

기선민 기자

〈murp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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