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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 미국 왜 가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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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이번 방문으로 한국과 미국의 동반자 관계는 한차원 더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한다.

金대통령이 역대 대통령과는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측 설명이다. 우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병행발전' 이라는 金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은 미국의 그것과 완전히 합치하므로 미국의 적극적인 협력이 예상된다는 것. 청와대는 "金대통령의 방미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 분위기가 조성될 것" 이라고 밝혔다.

金대통령의 일정은 아주 빡빡하다. 만날 미국측 인사 연인원이 1천명을 넘는다. 미 정부.의회.재계.학계.언론계 주요 인사들이 망라돼 있다.

金대통령은 가는 곳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강조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가 완전히 달라졌음을 실감토록 하겠다는 각오다.

그걸 바탕으로 경제와 안보 협력을 이끌어낸다는 생각이다. 金대통령은 특히 미국 민관 (民官) 차원의 경제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외교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미국의 협조를 통해 국제적인 도움을 얻는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9일 (한국시간 10일) 빌 클린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金대통령이 가장 강조할 대목도 이런 부분이다.

金대통령은 뉴욕 월가의 증권거래소에서 연설을 하고, 장쩌민 (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그랬듯 증권거래소 개장 타종식도 거행한다. 워싱턴 상공회의소와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도 한다.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의 인텔.휴렛팩커드사 등을 방문하고 벤처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갖는 것도 미국의 직접적인 지원획득 노력의 일환이다. 金대통령은 "역시 세계를 움직이는 나라는 미국" 이라는 말을 여러차례 한 적이 있다.

IMF가 한국의 금리인하에 난색을 표하자 미국을 움직여 금리인하를 관철하는 등 실용주의적 외교를 펼쳤다. 金대통령은 이번에도 미국의 힘을 빌리겠다는 구상이다.

IMF나 세계은행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金대통령이 클린턴 대통령과 만난 뒤 IMF 및 세계은행총재와 접견하는 일정을 짠 것도 우연이 아니다.

金대통령 방미의 다른 주요 목적은 안보협력. 정상회담에서 대북 (對北) 3원칙 (북한 무력도발 불용.흡수통일 배제.남북 교류협력 확대) 을 설명하고 한.미 공조체제를 다질 계획이다. 金대통령은 이밖에 범세계적 문제와 동북아 평화문제에도 관심을 보여 유엔 비상임이사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높인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이상일 기자 〈le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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