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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미술관 도심 이전 ‘반쪽짜리’로 끝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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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서울 도심에 국립미술관을 만들자는 운동을 전개한 지 14년.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으로 과천 산골짜기 동물원 옆 미술관이 도심의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 부지로 옮길 모양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표가 있고 반년째, 기무사 부지 옆 국군 서울지구병원(이하 병원)을 이전할 수 없다고 버티는 국방부 때문에 반쪽짜리 미술관이 될 형편이다. <5월 21일자 13면>

설상가상으로 문화부는 기무사 부지에 이벤트성 파일럿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미술동네와 논의 한 번 하지 않았다. 맥 빠진 미술동네 사람들은 요즘 ‘토사구팽’이라는 사자성어의 뜻을 새기고 있는 중이다.

사실 김대중(DJ) 정부 시절에도 미술관 이전은 연로한 대통령의 건강 문제로 문턱에서 좌절됐었다. 병원 부지가 가로변에 있고 전체의 38%를 차지해 미술관 규모가 옹색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미술관 중심의 종합문화공간보다는 전시관(Art Gallery) 정도의 시설만 들어설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 대통령도 “대통령 전용 병원이 왜 필요하냐”며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고, 미술동네는 이를 철석같이 믿고 일을 추진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대통령을 핑계로 국방부와 경호처는 병원 부지를 내놓을 수 없다고 한다. 대통령 말도 믿지 못하는 세상이라면 대체 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 혹여 병원 이전 불가 의견이 현재 병원을 이용하고 있는 극소수 사람들이 대통령의 안위를 빌미로 그 혜택을 계속 누리고자 하는 심사에서 나온 것이라면, 이는 국민의 가슴에 ‘그놈의 대못’을 또 박는 셈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