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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이 말하는 ‘난 이렇게 입학사정관제 합격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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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 전형에 도전하려는 수험생들에게 선배들의 경험담은 큰 도움이 된다. 지난해 입학사정관 전형을 당당히 통과한 세 명의 대학 새내기가 고3 후배들에게 ‘소금’이 될 합격수기를 보내왔다. 목표를 정한 뒤 관련 활동을 꾸준히 포트폴리오화하고, 면접에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인 게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성균관대 입학사정관들이 가상으로 이 대학에 지원한 한성고 문·이과 학생들을 면접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수란 (한국외국어대 일본학부 1)
타인과 구분되는 나만의 이력
자기소개서에 반영해야

외국어 공부와 외국생활에 동경을 가지고 있었기에 한국외국어대에 진학하고자 일찌감치 마음을 먹었다. 비교적 내신이 좋았던 터라 수시전형을 중심으로 준비했다. 고교시절 3년간 학급반장을 맡았기 때문에 리더십전형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 리더십 전형을 준비하며 간부경력의 내용적인 면에 충실하려고 했다. 나는 반장으로 활동하며 명목상의 학급회의를 활성화시켜 학생들이 학급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했다. 매주 수요일 학급회의를 열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규칙을 정해 반 운영에 적극 반영했다.

이를 통해 자습 분위기나 청소, 시설 등 다양한 학급의 문제를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직접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학급회의를 통해 학교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를 전교회의에 반영하면서 화장실 시설, 급식소 운영 등 문제점들을 고쳐나갔다. 이와 같은 간부활동은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이의 의견을 수렴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이해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다.

한국외대는 수학·과학 교과에 비해 영어·국어 교과의 내신 반영 비율이 높기 때문에 영어·국어·사회 과목을 중심으로 내신을 관리했고, 특히 영어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리더십 전형에 있어 중요한 것은 자기소개서다. 자기소개서는 과장이나 거짓이 없이 솔직하게 작성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장점을 간결하게 나타내야 하기 때문에 타인과 구분되는 나만의 독특한 이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평범한 간부경력이나 이력만으로는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어필하지 못한다. 나는 간부경력 외에 한·일 고교생 교류 사업에 참여한 경험을 통해 자기소개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면접에서는 대답의 옳고 그름을 떠나 주어진 질문에 얼마나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나는 교수님이 질문한 영어 문제 하나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나는 “그 문제는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고, 교수님은 흔쾌히 다른 문제를 내줬다. 면접의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답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 보다 ‘내가 최고다’라는 자신감과 당당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



최세훈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 1)
어떤 전공·직업 원하는지 내면에 대한 성찰 필요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준비하며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것은 내면에 대한 성찰이다. 왜, 어떻게 공부를 해왔고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그리고 대학에 진학해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 졸업 후에는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잘 생각해야 한다.

자신의 비전에 대해 무한한 자신감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자기소개서를 쓸 때 나의 비전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나타내려고 했다. 어렸을 때 막연하게 사장이 되고 싶었다는 이야기, 고등학교 때 이공계열의 CEO가 되고 싶어 자연계열로 진학한 것, 공학계열 학사를 취득하고 미국의 톱클래스 대학에서 MBA를 공부하고 싶다는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리더십과 연구자로서의 자질을 입증하기 위해 학생회 활동경력, 클럽활동을 하면서 받았던 상장들, 영어시험 성적 등을 첨부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심사위원들이 읽었을 때 내가 어떤 학생이고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

자기소개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솔직함과 자신감이다. 길고 웅장한 미사여구로 포장하기보다는 솔직하고 담담하게 자신을 평가해 쓴 글이 교수님들의 마음에 더 와 닿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정보디스플레이에 관련된 지식이나 시사상식 위주로 면접을 준비했다. 교수님들이 내 경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하시기에 최대한 솔직하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교수님께서 학과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공부하고 싶으냐고 묻기에 "소형 휴대용 디스플레이”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교수님은 “소형 휴대용 디스플레이는 다른 디스플레이와 어떤 점이 다른가”를 물었다. 조금 긴장이 됐지만 평소 생각했던 대로 차분하게 “가볍고 얇고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당시 절전성, 터치스크린,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생각이 안 나 더 말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순발력 있게 답변한 것을 교수님이 좋게 봐주신 듯하다.

나는 남들보다 내신이나 수능성적이 뛰어나지 않다. 다만 백지에 담담하게 그린 꿈과 비전을 경희대가 높이 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경민(한양대 기계공학부 1)

수학 올림피아드 참여
봉사활동도 꾸준히 해

한양대 입학사정관 전형을 알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합격요령을 묻는다면 응시원서나 자기소개서 등 부속서류를 준비하는 데 최선을 다했고, 면접 때 교수님의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했다는 것 외에는 답할 게 없다. 합격 후 입학사정관 전형 관계자에게 물었다. “왜 제가 선발된 거죠?” 그는 입학사정관제 취지에 내가 적합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진로에 대해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는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공학도를 꿈꿨다. 로봇 분야에 뛰어들고 싶었다. 추상적이던 꿈은 중학교 때 봉사활동을 하면서 의료 로봇이나 가정용 서비스 로봇을 만들겠다는 구체성을 갖게 됐다. 그래서 수학·과학에 많은 흥미를 가졌다. 흥미와 진로가 유사하다는 점은 내가 가진 큰 가능성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수학올림피아드 본선에 참여하면서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진로를 확고히 굳히고 그 길을 향해 꿈을 키워가는 그 많은 학생들 속에 나도 있을 수 있구나!’하는 뿌듯함이었다.

이후 인근 대학교의 과학영재교육원 수학반에 선발돼 기초반·심화반을 1년씩 수료하고 3년째 교수님과 논문을 써보는 사사과정에 참여했다. 매주 토요일을 할애해 논문 ‘피타고라스 정리의 실험적 증명법’을 함께 냈다. 고교 학업 때문에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했던 게 아쉬웠다. 고등학교 때도 학교 대표로서 올림피아드나 교육청·대학 경시대회에 참가했다. 수학뿐 아니라 나름대로 자신 있던 과학 분야 탐구대회에도 도전했다. 경시대회는 수학·과학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기 위해 계속 참가했지만 수차례 입상하면서 실력을 더욱 연마하는 계기가 됐다.

바쁜 고교 생활 중에도 중학교 때부터 해온 봉사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주로 방학 때 공부방 중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쳤다.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고 장애우들과 좋은 인연도 맺었다. 고교 때 학원은 다니지 않고 스스로 공부했다. 갈피를 못잡을 때도 있었지만 부모님의 믿음과 격려가 힘을 불어넣어줬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내게 새로운 도전이었고, 또한 큰 기회를 선물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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