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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늦추고 간 살리고 … 태반, 다시 봐야겠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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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아미노산·비타민·미네랄 풍부 ‘종합선물세트’

태반은 태아의 영양 공급원이다. 어머니의 자궁벽으로부터 영양과 산소가 풍부한 혈액을 흡수해 탯줄을 통해 태아에게 공급한다. 태아의 발육과 출산에 쓰일 호르몬을 제공하고, 면역기능도 높여준다. 인체에 필요한 아미노산과 약리 활성을 돕는 활성 펩타이드, 비타민과 미네랄, 수백 종류의 효소, 다양한 성장인자가 풍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태반은 수정란 때부터 만들어진다. 태아가 성장함에 따라 함께 커져 출산 시엔 무게 500g, 지름 15~20㎝, 두께 2~3㎝에 이른다. 태반의 활용은 오래됐다. 이미 기원전 400년께 ‘히포크라테스 전집’에 약효가 기술돼 있다. 질병 치료에 활용한 사람은 1933년 러시아 의학자 필라토프. 그는 태반을 ‘생체 자극소(Biotimuline)’라 칭하고, 피부병·소화기계 궤양·갱년기 장애 등에 활용했다. 이후 일본에서 1950년대부터 제품화해 태반시장을 리드해 왔다.

한방에서도 태반은 귀한 약재다. ‘자하거’란 이름은 중국 명나라 이시진의 ‘본초강목’에서 유래했다. 마음을 편하게 하고, 혈(血)과 정(精)을 보하며, 해독·쇠약·노화 방지에 두루 쓰였다.

여성호르몬 분비 촉진…생리통·안면홍조에 효과

태반은 생체리듬을 복원시키고,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노화 증상을 줄여준다. 특히 여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어 안면 홍조·식욕 부진·생리통·전신 무력증 등을 개선한다.

아주대병원 박샛별 교수는 2006년 40∼64세의 여성 8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태반의 갱년기 증상 및 피로도 개선 효과를 조사했다(8주간 복부 투여). 그 결과 태반주사 투여 그룹이 생리식염수를 맞은 여성보다 갱년기 증상을 보여주는 MRS 총점과 피로도(FSS)·시각척도(VAS)가 유의할 만큼 낮았다.

태반 성분은 간기능을 회복시키기도 한다. 간은 체내에 들어오는 각종 독성물질을 해독하는 기능이 있다. 이때 관여하는 효소를 활성화시켜 간의 기능을 극대화한다.

특히 태반에 풍부한 간세포 증식인자(HGF)가 바이러스나 알코올로 손상받은 간세포를 증식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일본 도쿄대 스기야마 연구팀은 독성으로 간세포가 손상된 쥐에게 태반 추출물을 투여한 결과, 간 재생 능력이 대조군에 비해 16배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멜라닌 분비 억제, 피부미용에도 좋아

피부 노화를 방지하는 대표적인 효능은 피부 색소 방지. 멜라닌 생성을 유발하는 타이로시나제라는 효소의 활성화를 억제시켜 멜라닌 색소세포의 생성을 억제한다.

주름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은 “태반의 보습인자가 피부의 분비선 기능을 높이고, 성장인자는 엘라스틴과 콜라겐 등 섬유아세포의 증식을 활성화시켜 주름 생성을 억제해 준다”고 말했다. 2007년 강남차병원 이영진 교수는 여성 6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비타민C와 태반주사제를 처방한 결과, 주사제 투여군에서 피부 습도와 주름 탄력도가 크게 증가했고, 기미 색소도 줄어들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깐깐한 검사 거쳐 제품화

태반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인체에서 나온 장기라는 점과 위생관리에 대한 의구심 때문.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안전성·유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2006년부터 원료의약품신고제도(DMF)를 시행했다. 산모 동의서, 바이러스 미감염 여부, 바이러스 불활성화 시험, 완제품 임상 실시 등 최소 2년에 걸친 엄격한 규제를 통과한 제품에 한해 태반 원료를 판매할 수 있게 한 것.

올 초에는 태반 전문의약품을 수거해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유용성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국내 품목 중 11개 제품이 퇴출되고, 14개 품목(HS바이오팜 인태반 추출물 사용)이 통과했다.

제품은 크게 주사제와 드링크제, 한방조제용으로 나뉜다. 주사제는 국내 제품엔 HS바이오팜이 독점 공급해 일본 완제 수입품과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대한통합의료연구회 김응석 (메디캐슬 선내과 원장)부회장은 "태반은 사람 몸에서 나온 혈액제제로 분류돼 민족적·유전적으로 적합한 한국인 산모의 태반 원료가 생체적합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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