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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먹는다, 고로 존재한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18호 06면

먹는 것을 통해 사는 것을 말하는 전시회다. 한국화가 정경심(35)은 “먹는 행위는 우주의 질서가 실현되는 원초적 질서”라면서 “먹고 사는 거 자체가 대자연의 질서 아니냐”고 말했다. 그래서 전시회 이름도 ‘코스모스 레스토랑’이 됐다.

전시된 그림마다 먹는 행위는 빠지지 않는다. 커다란 솜사탕으로 얼굴을 거의 가린 채 열심히 솜사탕을 먹으며 말랑한 푸딩 위에 앉아 있는 소년(‘딸기푸딩’), 넓은 운동장을 무언가를 열심히 먹으며 뛰어다니는 축구 선수들(‘야채 샐러드’) 등이다. 작가는 그 먹는 모습 속에 삶에 대한 애착과 회한, 슬픔과 기쁨 등을 녹여 냈다. 그림은 일러스트레이션이나 만화처럼 부드럽게 보이지만 메시지는 다분히 냉소적이다.

‘딸기푸딩(왼쪽 그림)’이 푸딩처럼 아슬아슬 불안한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솜사탕처럼 순간적인 단맛에 취해 사는 삶의 속성을 그렸다면, ‘야채 샐러드’에는 먹고 살기 위해 치열하게 뛰어다녀야 하는 인간의 숙명이 담겨 있다.

결혼식 날 신랑 신부의 모습을 그린 ‘잘 먹고 잘 살겠습니다(오른쪽)에도 이야기가 많다. 신부의 눈부신 웨딩드레스 위로는 밥과 찌개, 생선 구이 등이 한 상 가득 차려져 있다. 또 신부는 선인장을, 신랑은 만두를 먹고 있다. 신부에게 결혼의 의미란 ‘밥상 차리는 책임’이란 뜻이요, 신랑 신부에게 펼쳐진 인생이 잔가시 많은 선인장이나 속이 뜨거워 한입에 톡 털어 넣기 어려운 만두처럼 만만찮을 것이란 암시다.

먹는 사람들의 삶은 이렇게 하나같이 애틋하고 위태롭다. 하지만 밥상 자체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긍정적이다. 밥상 위에 커다랗게 그려진 말풍선이나 밥그릇에서 피어난 꽃 등이 그 상징이다. 결국 사람은 함께 먹는 사람과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게 되고, 또 먹는 것을 통해 대자연의 순환에 동참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뭇 무거운 주제지만, 보는 사람 마음까지 무거워지지는 않는다. ‘해학성’이란 한국화의 속성이 제대로 살아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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