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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편한 대로 세상 읽는 좌파 우파, 당신들 엉터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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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
조지프 히스 지음, 노시내 옮김
마티, 395쪽, 1만6000원

서점을 둘러보면 경제와 관련된 책, 참 많다. 많은 유형이 있겠지만 교재를 빼면, 보통 사람들이 경제관련 책을 사는 이유엔 거칠게 봐 세가지 유형이 있지 않나 싶다. 첫째는 그 책을 읽어야-혹은 꽂아라도 놔야- 뭐 좀 읽는구나 하는 책, 둘째는 나름대로 쌓고 다듬어온 의견을 확인·강화해 주는 책, 세번째는 실질적으로 돈 벌고 출세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책.

이 책은 앞서 말한 세 가지 유형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까지 다룬 최근의, 경제학은 독학했다고 당당히 밝히는 철학과 교수가 쓴-그러니 경제학자들은 이건 또 뭐야 하고 무시하기 십상인-책을 첫 범주에 넣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세번째 범주는 아예 아니다. 결국 두번째 유형이라 하는게 구매 소구력을 돋우는데 그나마 나을 듯 싶긴 한 데, 그리 말하기가 쉽질 않다.

이 책은 읽기에 결코 편한 책이 아니다. 어려워서라기 보다는 자신이 붙들어온 생각에 대해-좌우의 어느 쪽에 서있건-힐난에 가까운 의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바쁜 세상, 책 읽는 게 시대착오적으로까지 보이는 세상에서, 마음에 안드는 책까지 읽어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우파라면, 부도덕하다는 비난보다는 스스로 논리의 기반으로 삼아왔던 ‘경쟁과 효율’ ‘인센티브’ 같은 일종의 우파적 공리를 엉터리 구랏발로 몰아치는 따가운 반대논리와 마주해야 한다. 좌파에겐 무능이라는 비판보다는 ‘공정’이나 ‘평등’이란 단어의 한 쪽 측면만 붙들어온 교조적 발상에 대한 엄혹한-저자가 좌파적 배경과 사고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할-질책이 더욱 편치 못할 터다. 게다가 말이나 고운가!

하지만 거북한 마음을 거두고 딱 한 걸음만 더 나가면 이건 단점이 아니고 장점이다. 이 책은 되지도 않는 논리를 들먹여 우파의 반격에 쩔쩔매는 좌파들에게 우파 논리의 진짜 함정-양쪽 학자들의 동의 여부는 차치하고-을 일깨워주겠다는, 그러니 좀 제대로 싸워보라는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다.

‘자기 시대의 주류 경제학을 누구보다 확실히 파악한 마르크스’만큼은 안돼도 우파의 뻔한 오류 정도는 잡아내야 되지 않겠느냐는 일종의 실전 참고서다. 우파적 시각에서 봐도 미리 어디를 고치고 어디에 방어선을 쳐야 하는 지 다른 시각으로 되짚어 볼 수 있는 분명한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결코 눈꼴시게 볼 것은 없다. 경제학의 여러 논점들에 대해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들이라면 더더욱 장점이 많다.

책 한 권에서 경제학의 여러 이슈에 대한 양측 논리와 허점을 한꺼번에 까발려 보여주는 책을 만나기란 그리 쉬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말이 곱지 않다고 했지만, 꼭 어느 편도 아닌 바에야 누구를 때리든 독한 게 더 재미있는 거 아닌가.

저자는 많은 사례를 들고 그 바탕에 깔린 오류를 지적했지만 그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복잡한 세상, 미묘한 심리 속에서 해결책을 찾기란 얼마나 어려운가를 얘기한다. 자본주의를 미워하고 의심하지만 그 보다 나은 대안을 찾기는 지독히 어렵고, 지금까지 찾아낸 최선책은 ‘일련의 개선안 및 그 밖에 또 어떤 개선이 가능할지 궁리할 때 필요한 지적 도구 몇 개 뿐’이라고 책 말미에서 토로한다. 그렇다고 허망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니다. 붙잡고 궁리해 볼 화두를 좌우 모두에게 던져주고 있다는 점, 일반 독자에겐 관전 포인트를 꼭꼭 집어주고 있다는 점, 그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박태욱 경제담당 대기자



저자가 말하는 좌·우파 오류 자본주의보다 나은 대안, 지독히도 찾기 어렵다 …

지은이 조지프 히스(사진)는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철학과 교수다. 전작 『혁명을 팝니다』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그에 따르면 빠르고 간단한 경제문제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좌파나 우파의 경제적 오류를 지적하기 위해 책을 썼다는 그의 결론은 “세상은 자본주의를 그렇게도 미워하고 의심하지만 자본주의보다 나은 대안을 찾기란 지독히도 어렵다” 는 것이다. 책에 실린 대표적 예화를 소개한다.

◆완전경쟁 시장에 가까이 갈수록 최선의 결과를 낳는다(우파)=여름 휴가를 하와이로 가려는데 비행기 삯이 부족하다. 그런데 어느 항공사에서 가진 돈에 맞춰 하와이 근처까지 데려다 주는 항공권을 팔겠다 한다. 태평양 한가운데 떨어질 것이 뻔한 이 항공권을 헐값이라고 사는 사람이 있겠는가. 가능한 한 자유방임적 시장을 만들면 이상에 접근하는 효과를 낳는다는 자본주의 옹호자들의 논리는 이와 같다.

◆목표는 일자리 창출(좌파)=중국에 간 어느 엔지니어가 댐 건설현장에서 삽과 곡괭이로 작업하는 노동자들을 보았다. 그들에게 포크레인 등 건설장비를 주면 몇 달이 아니라 며칠이면 끝날 일이었다. 엔지니어가 조언하자 공사장 십장은 그런 기계는 일자리를 파괴한다고 대답했다. 엔지니어는 “ 일자리를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 일꾼들에게 삽 대신 숟가락을 주지 그래요?”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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