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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교전 수칙대로 포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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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14일 오후 4시12분. 북한 경비정 한척이 황해도 등산곶의 기지를 떠나 남하하기 시작했다. 오후 4시29분 해군 2함대 소속 1200t급 초계함과 고속정 등 모두 세척이 북한 함정의 예상 남하 해역에 도착했다. 북한 경비정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으로 바짝 다가왔다. 해군 초계함은 북한 경비정에 "NLL에 접근하고 있으니 돌아가라"는 내용의 경고 무전을 보냈다.

해군이 지난달 남북 간에 합의한 함정 간 핫라인(국제상선공통망)을 통해 교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북한의 응답은 없었다. 결국 북한 경비정은 오후 4시47분 등산곶에서 7.4㎞ 떨어진 해역에서 NLL을 넘었다. 해군 초계함은 함정 간 핫라인으로 7분간 다시 세차례에 걸쳐 경고 무전을 보냈다. 북한 함정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해군이 밝힌 시간대별 상황 이미지 크게 보기>

상황은 바로 2함대 사령부 상황실로 보고됐다. 긴급 회의가 열렸다. 2함대 사령관은 경고사격 지시를 내렸다. 표준 교전규칙에 따른 절차였다. 초계함은 사격 준비를 했다. 그런데 그 사이 북한 경비정은 1차 무전 송신을 보내왔다. "남하 선박은 중국 어선"이라고 한 뒤 일방적으로 끊었다.

그러나 북한 경비정이 NLL을 넘었던 때 중국 어선은 NLL을 따라 월선 현장에서 서쪽으로 7~9㎞ 떨어져 있었다. 북한 함정이 "중국 어선이 내려간다"고 무전 송신했던 시점엔 이보다 더 서쪽에서 도주하고 있었다. 북한은 이때 "여기는 백두산"이란 호출 부호를 썼다고 군 합동조사단 관계자들은 말했다. 무선을 끊은 북한 경비정은 계속 남하했다.

해군 교전규칙은 NLL을 침범한 북한 함정에 대해 '경고 방송→경고 사격→사격'하도록 돼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북한 함정이 우리 해군의 복귀 지시 또는 정선 명령과 관련된 경고에 계속 불응할 땐 사격으로까지 이어진다. 북한이 송신은 했지만 "복귀하겠다"는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따라서 교전규칙에 따라 경고사격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해군 관계자는 "합참에선 이전부터 '북한 함정이 NLL을 침범하면 교전규칙대로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오후 4시54분 경고사격은 명령대로 이뤄졌다. 초계함이 발사한 함포 2발은 북한 경비정 900m 앞에 떨어졌다. 경고 사격을 받은 북한 경비정은 다시 일방적으로 "남하 선박은 중국 어선"이라면서 2, 3차 무선송신을 해 왔다. 하지만 이미 사격이 끝난 뒤였다. 북한 경비정은 오후 5시1분 NLL을 넘어 북상했다.

해군 작전사령부는 북한의 일방적인 송신 사실을 합참에 보고하지 않았다. 2함대 사령관은 '중국 어선'이란 북한의 송신을 기만전술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불필요한 보고라 생각했다는 설명이다.

같은 시간 합참 정보본부도 북한 경비정의 송신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해군의 보고에 의한 것이 아니고 대북 감청부대가 수집한 첩보였다. 그래서 분석시간이 필요했고, 몇시간 뒤 결과가 관련 부서에 전달됐다. 그러나 합참이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을 발표한 뒤였다. 합참 정보본부 실무진도 분석 첩보가 작전과 큰 관련이 없다고 판단해 합참 수뇌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과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시각은 달랐다. 현장 상황과 관계없이 허위보고라는 쪽으로 보는 듯했다. 일각에선 "남북 관계를 경색시킬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는 지적도 한다. 군 합동조사단은 문책의 범위를 금명간 발표한다.

*** 어제 오전 또 NLL침범

한편 일요일인 18일 오전 9시11분에도 북한 선박 한척이 또 서해상의 NLL을 침범했다. 우리 해군은 다섯차례 경고방송을 했고 북한 선박은 35분 만에 돌아갔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채병건 기자

*** 바로잡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7월 19일자 1면 머리기사의 제목이 틀렸습니다. '2004년 6월 14일 서해 NLL서 무슨 일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해군의 보고 누락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7월 14일'의 현장 상황을 심도있게 취재해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7월 14일을 6월 14일로 잘못 썼습니다. 가시는 다 골라내도 대들보가 보이지 않은 걸 까요.'6월'이란 큼지막한 제목 글자가, 잘못 쓴 기사를 바로잡는 중앙일보 내부의 6단계 점검 시스템을 버젓이 통과해 독자 여러분의 아침 식탁에 올라갔습니다. 깨알 같은 글씨의 복잡한 '시간대별 상황'의 오류는 다 잡아냈지만, 정작 크고 단순한 실수는 독자님들의 항의를 받고서야 깨달았답니다. 더욱 정신 차려 독자 여러분의 성원에 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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