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말 시위를 중단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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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한 일이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노동단체는 투쟁일정표까지 작성해 전국적 시위를 벌이겠다고 한다. 여기에 일부학생들까지 가세해 이번 주말은 또 한차례 연대 시가전이 예상되고 있다. 지금 이들이 벌이려는 연대시위란 도대체 누구를 위한 투쟁인가.

노동절 하루 시위로 당장 증시가 폭락하고 환율은 고개를 들었다. 불안한 노동시장에 외국투자자들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단 하루 시위로 경제위기상황에서 그나마 쌓았던 대외신인도를 까먹었다. 이도 모자라 한달에 걸쳐 투쟁을 하겠다? 도대체 우리 노동단체는 누구를 위한 조직인가.

국난의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려면 서로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지혜를 모아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노사정 (勞使政) 위원회가 생겨났다. 정부.대기업 종사자든, 산업현장의 근로자든 해직의 공포와 실업의 고통은 똑같다. 이 두려움과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함께 대책을 상의하고 현안을 타개하자는 모임이다. 노동단체가 솔선해 참여해 문제를 제기하고 풀어야 할 터인데도 불참을 선언하고 거리로 나서겠다고 한다.

쇠파이프와 각목 끝에서 일자리가 생길 리도, 기업이 창출될 리도 없다. 대한중석노조가 파업하니 성사가 다 됐던 외국인 기업인수가 흔들리지 않았던가. 하루 시위로 외채금리가 오르고 증시의 외국인 수매는 급격히 감소했다. 막연한 불안이 아니라 당장 눈앞에 나타나는 위기상황을 폭력시위가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주말 서울역에선 한노총이 공공부문생존권사수 결의대회를 하고 서울종묘에선 민주노총이 임투승리 총력투쟁대회를 연다고 한다.

머리에 붉은 띠를 매고 각목과 쇠파이프가 동원되고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전쟁을 방불케 하는 시가전이 벌어질까 걱정이다.

결과적으로 생존권 사수나 일자리 창출과는 전혀 관계없이 나라 경제를 흔들고 전국민 실업자화를 부채질할 뿐이다. 주말 시위는 중단하는 것이 옳다. 붉은 띠를 풀고 노사정위원회에 참석해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얻을 것을 얻는 민주적 토론의 자세를 지켜야 노동단체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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