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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집안싸움 불붙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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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18일 한나라당 고흥길 사무부총장(왼쪽에서 둘째)이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전당대회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한나라당은 19일 새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그러나 그것이 당을 단합시키는 대회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비주류가 전당대회를 계기로 주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임을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당 대표로 선출될 것이 확실한 박근혜 의원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박 의원이 당내 차기 대선주자로 뿌리를 내리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3선그룹의 비주류 일원인 이재오 의원은 최근 박 의원을 "독재자의 딸"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 이후엔 박 의원을 본격적으로 검증하겠다"고 했다. 이 의원과 가까운 홍준표.김문수 의원 등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비주류는 세(勢)를 확산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류와 싸우기 위해선 세력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이들 세 의원이 중심이 된 '국가발전연구회'는 '정치학교'를 운영하기로 했다. "현재의 당 조직과 지지기반으로는 정권을 되찾을 수 없다. 일반 시민.정치지망생 등을 대상으로 정치학교를 열어 새로운 정치예비군을 양성해 나갈 것"(이재오 의원)이라는 얘기지만, 거기엔 당 안팎에 반(反)박근혜 세력을 양성하려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비주류의 이런 움직임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이규택 의원과 맹형규 의원은 18일 이재오 의원에게 포문을 열었다. 이규택 의원은 "대표 경선을 앞두고 있는 박근혜 후보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표현을 써가며 비방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재오 의원이 최병렬 전 대표체제에서 사무총장을 하다 나중에 최 전 대표의 퇴진운동에 앞장선 전력까지 거론하며 "그런 식으로 행동해선 안 된다"고 했다.

맹형규 의원도 "전당대회를 바로 코앞에 둔 시점에 특정 후보에 대한 흠집내기로 비춰지는 행위는 인정받을 수 없다"고 했다. 두 의원이 이 의원을 비난한 것은 앞으로 구성될 최고위원단 등 주류를 향해 전개될 비주류 공세의 예봉을 꺾기 위한 것이다.

당내에선 이재오 의원 등의 움직임과 관련해 이명박 서울시장 쪽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박근혜 의원에 대한 이 의원 등의 공세는 결국 이 시장이 차기 대선경쟁자인 박 의원을 견제하는 것이라는 얘기는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박소영.이가영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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