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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65 … 허정무팀, 남아공 프로젝트 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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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2002 한·일 월드컵 1년 전. 히딩크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에 0-5로 대패했다. 이듬해 월드컵 개막 직전에 프랑스와 평가전을 치렀다. 2-3으로 패했지만 경기 내용은 대등했다. 믿기지 않은 1년 만의 환골탈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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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독일 월드컵 1년 전인 2005년 6월. 한국은 이번처럼 일찌감치 본선 진출을 결정지었다. 하지만 본프레레 감독은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해 8월 서울에서 열린 사우디전(0-1 패)에서 관중의 야유가 쏟아졌다. 본프레레는 물러났고, 신임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판을 새로 짜고 월드컵을 준비했다.

내년 6월 12일 개막하는 2010 남아공 월드컵까지 딱 1년 남았다. 히딩크 때처럼 압축 성장을 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감독이 뒤바뀔 수도 있는 위기의 시기다. 지금까지 온 길도 힘들었지만 앞으로 남은 길도 험난하다.

◆“대패해도 좋다. 강팀과 붙고 싶다”=허 감독은 지난해 1월 칠레 전 패배 후 12승11무로 23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상대는 모두 아시아 국가였다. 허 감독은 “월드컵에서 만날 상대는 유럽과 남미의 강호다. 대패하더라도 강팀과 대결해야 얻는 게 있다”고 말했다. 8월 파라과이와 평가전, 11월 유럽 원정 평가전 등 월드컵 이전까지 10~15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12월 조 추첨 후 조별 리그 상대가 결정되면 맞춤형 파트너를 골라 평가전을 할 방침이다.

◆“남아공 리허설 하고파”=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감독을 맡았던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비유럽권에서 열리는 이번 월드컵은 우리는 물론 유럽팀에도 힘든 원정 경기가 된다. 댈러스의 뙤약볕에서 투혼을 발휘했던 94년 미국 월드컵처럼 경기 외적인 변수가 많을수록 한국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남아공의 개최 도시 9곳 가운데 5곳이 1000m가 넘는 고원 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허정무 감독은 내년 3~4월 중 남아공 현지 적응 훈련을 원하고 있다. 이미 경기 일정이 나와 우리가 뛸 경기장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프로축구연맹의 원만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대표팀의 숙제를 풀어라”=히딩크는 프랑스와 체코에 5골을 내주고 패했을 때도 “과정일 뿐”이라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2002년 초 북중미 골드컵 때는 성적이 형편없어 경질 위기에 몰렸지만 파워 트레이닝으로 체력을 쌓아 나갔다. 그는 “빨리 베스트 11을 정해 집중 훈련을 실시하라”는 국내 축구인의 목소리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용수 당시 기술위원장은 “히딩크는 부임 초부터 머릿속에 월드컵까지 팀을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뚜렷한 계획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허 감독은 히딩크나 아드보카트에 비해 월드컵 같은 큰 대회 경험이 부족하다. 유럽 등 외국 팀에 대한 정보력도 떨어진다. 게다가 ▶수비 조직력 안정 ▶박지성·이운재 등 주축 선수가 부진할 경우 대안 마련 ▶골 결정력 강화 등 해결할 과제는 많다. 허 감독은 “외국인 감독 때처럼 지원해 준다면 한국 감독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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