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대 세 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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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25년 전 군생활을 시작했던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긴장하며 살아요.”

육군 31사단에서 함께 복무하고 있는 세 부자. 왼쪽부터 큰아들 윤인모 일병, 아버지 윤규광 상사, 작은아들 윤인우 이병. [31사단 제공]


광주 향토부대인 육군 31사단의 신병교육대 윤규광(47·상사) 교육담당관은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군생활 규정집을 다시 펼쳐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을 다니던 아들 둘이 최근 잇따라 입대해 그와 같은 부대에서 복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담당관은 1984년 하사관 임관 후 헌병대·기동대 등을 거쳐 5년째 신병교육대서 근무하고 있다. 큰 아들 인모(23) 일병은 지난해 10월 입대해 지금은 부대 81㎜ 박격포 사수로, 2월 입대한 작은 아들 인우(21) 이병은 기동대에 배치돼 60㎜ 박격포 부사수로 복무 중이다. 두 아들 모두 윤 담당관이 근무하고 있는 신병교육대에서 5주간 훈련을 받았다.

윤인모 일병은 “고된 훈련으로 몸살을 앓을 때도 아버지는 물론이고 아버지의 동료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강한 군인 양성의 요람인 신병교육대에서 조금이라도 아버지에게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윤 담당관은 “동료들로부터 ‘아들들이 아버지를 닮아서 다 사격을 잘 하더라’는 얘기를 들었을 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 붕 떠있는 것 같았다”며 “일과를 마치고 귀가할 때면 어쩔 수 없이 두 아들이 생활하는 부대 막사 쪽을 돌아보곤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첫 휴가를 다녀온 윤 이병은 “집에 가면 평생 직업군인의 아내로 살아온 어머니까지 가세해 가족 대화가 군대 이야기 일색”이라고 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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