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 호칭 속뜻 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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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박정수 (朴定洙) 외교통상부장관은 왜 그간 언론용어로 굳어졌던 일왕 (日王) 이라는 표현 대신 천황 (天皇) 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겠다고 했을까. 그의 논리는 각국의 국민이 부르는 국가원수 호칭은 고유한 것인 만큼 다른 나라에서도 그대로 불러주는 게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미국의 '프레지던트' , 독일의 '챈슬러' , 영국의 '퀸' 처럼 말이다.

외통부 주변에서는 朴장관이 이런 논리를 구사하면서 신정부가 일본과 관계를 개선하는 데 일왕의 호칭문제를 이용하려 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朴장관은 21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가을에 일본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다.

우리 언론에서 일본왕을 천황에서 한단계 격하된 일왕으로 호칭하게 된 것은 지난 89년부터. 당시 과거사문제가 부각되고 일본이 우리 교포들에 대해 '강제 지문날인' 정책을 쓰자 이에 자극받은 언론이 일왕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한 것. 그후 일본측은 "남의 나라 황제를 왕으로 격하시켰다" 며 항의해 오기도 했었다.

우리 정부는 그간 내부문서 등에서 천황 대신 절충형태인 '일황 (日皇)' 이라는 표현을 써왔다. 일본측은 이를 '일본의 천황' 을 줄인 말로 자체해석해 이 문제가 정부간 마찰로 비화하진 않았다.

朴장관의 해석에 대해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이 조선반도 (한반도).조선전쟁 (한국전쟁) 이라 말하고 독도를 다케시마 (竹島) 라고 하는 터에 굳이 정부가 앞장서 천황이라 호칭할 필요가 있느냐" 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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