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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북일고 충남 유일 ‘자율고’ 신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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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지역에서 유일하게 자율형 사립고 전환을 신청한 천안북일고등학교 전경. 한화그룹이 재단인 천안북일고의 자율고 전환은 충남도교육청의 심의 등을 거쳐 이달 말 최종 결정된다. 조영회 기자

천안북일고등학교가 8일 충남지역에서 유일하게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자율고) 전환을 신청했다. 충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충남지역에서 자율고 전환을 희망하는 학교를 모집한 결과 천안북일고 한 곳만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자사고는 학생으로부터 받은 수업료와 입학금 총액의 3% 이상을 해당 학교의 법인 전입금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북일고는 법인 전입금이 3.5%라고 공시했다. 북일고는 신청서를 통해 입학금과 수업료로 기존보다 3배 정도 많은 연 289만원을 책정했다고 도교육청은 설명했다.

천안북일고의 자율고 지정은 이달 중 충남도교육청 심의와 교육과학기술부 협의를 거쳐 지정될 예정이다. 도교육청은 ‘자율형사립고 지정·운영위원회’를 구성해 학교운영계획, 교육과정, 입학전형, 교원배치 등에 대한 심의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어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를 거쳐 30일쯤 자율고 지정 여부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자율고로 지정되면 천안북일고는 올 하반기에 첫 신입생을 선발해 내년 3월 신학기부터 운영에 들어갈 수 있다. 자율고는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중 50%까지 학교자율로 운용할 수 있는 등 학생 선발과 교육과정, 수업료 등에 대한 자율권도 학교에 부여된다. 자율고는 매년 법인 전입금의 3%(광역시 단위 5% 이상)를 부담해야 하고 교육청으로부터 재정결함지원금은 받을 수 없다.

자율고는 수업 일수를 법정기준(220일) 10% 안에서 감축·운영할 수 있다. 교육과정도 공립학교보다 50% 이상을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등 민족사관고와 같은 자립형 사립고보다 자율성을 더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모집단위는 충남도내 지역 제한이 원칙이나 교과부 장관과 협의를 거쳐 전국단위 학생모집이 가능한 특례조항을 신설해 도내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우수인재 유치가 가능하다.

북일고가 자율고로 지정될 경우 제한적이긴 하나 전국단위 학생선발권 등이 부여돼 기존 공주대부설고와 한일고 등과 우수인재 유치를 통한 도내 ‘명문고 경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자율고가 살 길”=1976년 개교한 천안북일고는 2009 대학입시에서 4년제 대학 진학률이 70%를 갓 넘겼다. 이른바 ‘천안의 빅3’로 군림하던 천안북일고는 올해 입시에서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이른바 서울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은 2008학년도보다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학교 안팎에서 지난해부터 ‘자율고’ 바람이 불어 자율고로 가야 할지 아니면 일반계고로 남아야 할지 고민이 이어졌다. 그리고 최근 결정을 내렸다. ‘자율고로 가자’는 것이었다.

자율고는 교육청으로부터 재정결함 보조금을 받지 않는다. 학생이 1000명 규모라면 학교법인은 학교에 대략 2억~3억원을 전입금으로 지원해야 한다. 한화그룹이 재단인 천안북일고는 사정이 좋은 편이다. 자율고 전환을 위해서는 (재단)법인 전입급 비율 3%(도 단위)를 충족해야 한다. 재단에 돈이 없으면 자율고 신청조차 할 수 없고 아무리 뜻이 좋아도 돈이 없으면 할 수 없다.

신현주 천안북일고 교장은 “인재양성과 지역·학교 발전을 위해 자율고 전환을 추진하게 됐다”며 “입학금과 수업료는 자율고 전환 지정에 앞서 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논란도 적지 않아=천안북일고를 포함해 전국에 30곳의 자율고가 생길 예정이다. 전환을 준비 중인 사립학교 대부분이 인기 있는 곳이어서 학부모들의 관심도 뜨겁다. 하지만 정작 학교는 부담도 느끼고 있다. 학교 서열화, 귀족학교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천안북일고의 자율형 사립고 전환 신청과 관련, 충남 교육계에서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신청 학교가 한 곳에 불과해 자율고 전환이 ‘반쪽 짜리 정책’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학교 서열화, 사교육비 상승 등 부작용을 지적하는 반발도 거세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교육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밝히고 있는 반면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사교육비 폭증 등 갖가지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충남희망교육실천연대는 성명을 통해 “충남도교육청은 교육불평등을 조장하는 천안북일고 자율고 신청허가를 반려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3% 정도의 낮은 재단전입금으로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1년 등록금이 1000만원을 상회할 것”이라며 “이런 부에 의한 학교선택은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북일고가 자율고로 지정되면 충남에 전국단위 학생모집이 가능한 학교가 총 4곳이 돼 충남지역 학생들이 역차별을 받을 것”이라며 “사교육비 폭등, 교육불평등 심화 등 파행적 결과가 불 보듯 뻔한 자율고는 선택이 아니라 없어져야 한다”고 우려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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