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교수형 당한 일본 전범 도조, 영화로 '美化' 파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2차세계대전의 A급 전범으로 교수형을 당한 도조 히데키 (東條英機) 의 도쿄 (東京) 전범 재판을 다룬 영화가 23일 일본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영화제목은 '프라이드 (자존심) 와 운명의 순간' . 전범재판 50주년을 맞아 제작된 이 영화는 패전 직후 도조의 자살 실패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하이라이트는 46년 5월 도쿄 이치가야 (市ケ谷) 의 옛 육군성 대강당에서 열린 재판장면. 도조는 승전국 관계자로 구성된 재판부를 향해 당당하게 소신있게 무죄를 주장한다.

키난 주임검사가 "당신은 법률적.도덕적으로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라고 묻자 도조는 "잘못하지 않았다" 고 되받아친다.

재판정의 이런 공방이 영화의 4분의1 이상을 차지한다.

영화는 또 연합국 재판부 가운데 '일본인 무죄론' 을 주장한 인도 라비노트 파루 판사의 입을 빌려 "일본은 무죄" 라고 주장한다.

일본 최대 영화사인 도에이 (東映) 는 영화제작을 위해 15억엔 (약 1백55억원) 을 쏟아부었다.

지난 11일 자민당 의원 27명이 이 영화를 관람한 다음 상당수 의원들이 도조를 칭송했다.

특히 코가 마사히로 (古賀正浩) 의원은 난징 학살과 관련, "다양한 역사 해석방법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도에이 노동조합과 일본영화 부흥회의는 각각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있다" 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한편 도조의 손녀가 지난 93년 '나의 할아버지 도조 히데키, 그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는 책을 펴내는 등 일본 사회에 '죽은 도조가 부활하는 반역사적 흐름' 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leechulh@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