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핵실험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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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인도가 핵보유 5개국 이외의 국가로는 최초로 11일 핵융합반응을 포함한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번 실험은 96년 채택된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 (CTBT) 의 기본구도를 뒤흔드는 사태로 주변국과 핵보유능력을 지닌 국가들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인도의 지하 핵실험에 국제사회가 발칵 뒤집히고 있다.

제임스 루빈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2일 인도의 핵실험과 관련해 "매우 부정적인 사태" 라고 논평하고 정치.경제적 제재 가능성을 밝혔다.

핵실험 내용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는 대로 모든 인도적 지원과 경제적 원조.차관 제공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말께로 예정된 빌 클린턴 대통령의 인도 방문도 연기 또는 무산될 수 있다.

인도에 대한 최대 채권국인 일본도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외상이 이날 주일 (駐日) 인도대사를 불러 엄중 항의하고 1천3백억엔 규모의 정부개발원조 (ODA) 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통보했다.

유엔도 "국제협약을 명백히 위반한 것" 이라며 핵확산 중지를 촉구했다.

오는 15일 개막될 서방선진8개국 (G8) 정상회의에서도 이를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웃나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파키스탄은 고하르 아유브 칸 외무장관이 "파키스탄은 안보를 위해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갖고 있다" 고 말해 핵실험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중국 등 다른 핵보유국도 CTBT를 무시할 움직임이다.

북한.이스라엘 등 핵개발 의혹을 사고 있는 잠재적 핵보유국들도 이 기회를 적극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세계적 핵개발 경쟁으로 번질 우려마저 적지 않다.

이런 사태를 예상하고도 인도가 핵실험을 강행한 데는 강경 힌두민족주의 정권을 이끌고 있는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총리의 핵주권 노선 고수정책이 깔려 있다.

그는 지난 3월 취임과 함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선택권을 행사하겠다" 고 공언해 왔다.

인도와 세 차례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는 파키스탄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사정거리 1천5백㎞ 미사일을 지난달 개발한 것도 빌미를 제공했다.

특히 이번 핵실험은 재래식 원폭은 물론 수소폭탄 실험까지 병행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최형규 기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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