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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시인 30주기 '세계의문학'여름호 추모특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고매한 정신처럼 쉴사이 없이 떨어진다//…//곧은 소리는 소리이다/곧은 소리는 곧은/소리를 부른다//번개와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나타 (懶惰) 와 안정을 뒤집에 놓은 듯이/높이도 폭도 없이/떨어진다" (김수영의 '폭포' 중)

오는 6월15일이면 김수영 (金洙暎.1921~1968) 시인이 교통사고로 타계한지 30년. 우레와 같이, 혹은 폭포와 같이 나태와 타성, 침체와 안정을 질타하며 시의 선봉에 서다간 김시인의 30주기를 맞아 그의 시세계가 재조명되고 있다.

1981년 유가족과 함께 김수영문학상을 제정, 한국시의 발전을 이끌고 있는 민음사에서 펴내는 '세계의 문학' 여름호는 김수영 특집을 마련해 김수영의 시정신을 젊은 시인들이 어떻게 잇고 있고 오늘날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살피고 있다.

이 특집에서 김상환교수 (서울대.철학) 는 평론 '김수영의 역사 존재론 - 교량술로서의 작시에 대하여' 을 통해 "90년대말 상황에서도 근대와 탈근대 사이의 단절을 잇는 가교" 로서 김수영 시정신은 여전히 유효하고 계승돼야한다고 밝혔다.

"한글 세대 이전과 이후, 도시와 농촌, 전근대와 근대, 주지주의와 감성주의, 전통과 현대, 나아가서 근대와 탈근대를 이어놓은 가교" 가 김수영의 시정신이라는 것이다.

이와같이 '세계의 문학' 여름호는 김수영의 오늘의 의미를 살핌과 함께 박상순.이원.김태동.윤의섭.허혜정.서정학씨등의 신작시 3편씩을 실어 정통 시법에 끈임없이 반항하며 갇힘 없는 자유의 시정신이 어떻게 이어지고 있나를 보았다.

처음 모더니스트로 출발한 김수영은 4.19 이후 사회비판과 저항의식을 시에 담아왔다. 곧이 곧대로 곧은 소리만하는 시인 앞에서는 추호의 위선과 가식이 있을 수 없었다.

모더니스트로서의 세련된 시적 기교를 굽힘 없는 지성과 양심 그리고 자유의식이 뒷받침 하고 있었다. 해서 이념과 기교, 정신과 표현의 만남이 더욱 절실한 지금 우리 문학에서 김수영의 시정신은 하나의 가교와 지침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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