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통폐합한 일본 이젠 공무원 줄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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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방자치단체의 통폐합은 어느 정도 됐다. 이제 공무원들의 철밥통을 깰 차례다.”

10여 년간 지자체 통폐합을 추진해온 일본 정부가 추가로 지자체 간 업무와 조직을 통합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총무성은 내년에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여러 지자체가 통폐합을 하지 않고도 공동기관을 설치하는 것을 허용키로 했다. 회계 등 사무 부문을 통합해 지방공무원 수를 본격적으로 줄이려는 의도다.

◆지자체 개혁 2단계=총무성은 이달 중 ‘헤이세이(平成) 대합병’ 사업 완결을 선언할 계획이다. ‘헤이세이 대합병’은 1997년부터 일 정부가 추진해온 지자체 통폐합 사업이다. 합병 대상이 된 지자체에는 특별교부세를 지원하고 ‘합병 추진채’라는 지방채 발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정부가 전폭적으로 재정 지원을 했다. 지자체의 군살을 빼 행정·재정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미야기(宮城)현의 경우 쓰키다테(築館) 등 10개 기초 지자체가 구리하라(栗原)시로 통합되는 등 71개의 지자체가 45개로 축소됐다. 이 같은 대대적인 재편 작업으로 99년 3월 말 3232개였던 기초자치단체가 내년 3월에는 1760개로 줄게 된다. 그럼에도 지방 공무원 수는 10여 년 사이 10% 줄이는 데 그칠 전망이다. 멀리 떨어진 도서 지역 등 현실적으로 합병이 어려운 지자체가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인구 1만 명 미만의 미니 지자체도 471개나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총무성은 지자체들의 업무를 통합해 공무원 수를 줄이는 한편 합리적 행정 서비스를 강화하는 2단계 지자체 개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지자체가 공동 설치할 수 있는 기관은 ‘고령자 요양보호 인정심의회’ 등 극히 제한돼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회계과 등 예산집행 담당 부문을 최우선적으로 통합할 방침이다. 이들 업무는 단순 사무작업이어서 지자체들의 업무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회계감사 사무국과 농업·관광·특산물 등 산업진흥 분야도 유력한 통폐합 대상이다. 이웃 지역끼리 비슷한 관광·특산품 등 관련 사업을 공동 추진해 이중 투자와 인력 낭비를 막겠다는 취지다.

◆5년 내 국가공무원, 10% 이상 감축=올해 자위대원 등을 제외한 일본의 국가공무원 정원은 30만9000명이다. 일 총무성은 내년부터 5년 동안 이를 10% 이상 줄인다는 국가 공무원 정원 합리화 계획을 지난달 말 발표했다. 정부부처를 뛰어넘은 과감한 정원 재배치, 외청과 출장소 직원의 지방 이관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토야마 구니오(鳩山邦夫) 총무상은 지난달 29일 각료 간담회에서 이 계획을 밝히면서 중앙 부처마다 인원 감축 수치 목표 등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일 정부는 69년 이후 지금까지 11차례에 걸쳐 공무원 감원계획을 마련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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