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벤츠 합병]자동차업계 '약육강식' 경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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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고급 승용차의 대명사 벤츠로 유명한 독일의 다임러 벤츠와 미 크라이슬러는 올 연말까지 합병을 단행키로 합의했다고 7일 공식 발표했다.

이번 합병 규모는 3백82억달러로 전세계 제조업계의 기업인수.합병 (M&A) 사상 최대이다.

양사의 합병 형식은 독일에 '다임러 크라이슬러' 라는 새로운 지주회사를 설립, 양사의 주식을 지주회사의 신주와 맞바꾸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주식 교환 비율은 1대0. 547이며 합병후 다임러측이 57%의 지분을 갖게 된다.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매출액으로 따져 세계 3위, 생산대수 면에서 5위의 자동차 업체로 부상한다.

합병으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는 내년 14억달러, 2000년부터 연간 2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업계에서는 새 지주회사가 독일 법인으로 등기되는데다 회사이름.지분 분포.이사진 구성 (다임러 10명, 크라이슬러 8명).본사 소재지 (독일 슈투트가르트) 등을 따져볼 때 다임러측이 이번 합병을 주도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양사는 상대방 지역에서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이 1% 안팎에 불과한데다 생산 라인이 겹치는 경쟁 차종이 거의 없어 업계에서는 합병을 위한 '환상의 콤비' 로 평가하고 있다.

합병후에는 1% 미만의 시장점유율에 그치고 있는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다시 중하위권의 일본 업체를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포드사의 알렉스 트로트먼 회장은 6일 "전세계 자동차 생산능력은 과잉상태여서 업계는 곧 격변을 맞이할 것" 이라고 말했다.

미 미시간대 자동차연구소의 데이비드 콜 소장은 "향후 자동차업계는 부채규모나 시장점유율 등을 기준으로 ▶GM.포드.다임러 크라이슬러.도요타.폴크스바겐 등의 강자그룹 ▶미쓰비시.푸조.볼보 등의 중간그룹 ▶닛산.스바루 등의 약체그룹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현대.대우.기아.삼성자동차는 모두 약체로 분류된다" 며 "장래 외국 대형업체의 인수 표적이 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로는 유럽업체끼리의 합병, 유럽내 강자들의 아시아 업체 인수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GM.포드.도요타 등도 다양한 합종연횡을 통해 대응책을 강구할 태세다.

김원배 기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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