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강경식씨 전격 영장청구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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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검찰은 현역의원인 강경식 전 부총리를 국회회기중 구속하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도 이를 무릅쓰고 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초 검찰은 여소야대 (與小野大) 정국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 국회회기가 끝난 뒤 姜씨를 사법처리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환란 (換亂) 수사에서 임창열 (林昌烈) 전 부총리의 책임여부가 신.구 정권의 대결양상으로까지 비화되자 검찰의 태도가 바뀌었다. "사법처리할지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 던 검찰은 이번주 들어 "금주 안에 처리하겠다" 며 姜씨에 대한 영장청구를 기정사실화했다.

박상천 (朴相千) 법무장관도 6일 밤 TV심야뉴스에 출연, "현역의원이라도 혐의사실이 드러나면 국회에 체포동의 요구서를 제출해 처리하겠다" 며 구속방침을 확인했다. 검찰이 이같이 영장 청구를 강행하는 것은 姜씨 구속을 기정사실화함으로써 환란에 대한 검찰 수사의 정당성 여부를 둘러싼 논쟁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게다가 김영삼 (金泳三) 전대통령의 답변서 제출을 계기로 이 사건의 쟁점이 林전부총리의 '공동 책임론' 으로 비화되자 사건을 끌면 끌수록 검찰이나 현 정권에 불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19일부터 지방선거 운동기간이 시작돼 여권의 경기지사 후보인 林전부총리의 부담을 하루빨리 덜어줘야 한다는 여권 핵심의 판단도 검찰의 행보에 영향을 미쳤다.

검찰은 또 영장 기각에 대비해 姜씨에게 직무유기뿐 아니라 직권남용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는 등 '안전장치' 를 확보했다. 그러나 IMF체제를 불러온 경제실정 (失政)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姜씨와 김인호 (金仁浩) 전 경제수석 등의 구속으로 잠재우려는 여권과 검찰의 의도가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들의 구속이 사태의 수습측면보다 정치권에 새로운 갈등을 야기해 국가전체가 정쟁에 휩싸일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철근 기자

〈jeconom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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