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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팅 강소기업 ④ 화장용품 업체 에프에스코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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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에프에스코리아의 황재광 사장이 고급 화장용 솔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 번동에 위치한 에프에스코리아는 지방시·로레알을 비롯한 세계 유수 화장품업체에 솔·립글로스 등 화장용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회사다.

이 회사의 화장용 솔 수출량은 연간 1억 개. 이 가운데 고급 솔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45%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도 손톱 소제기 등 500여 종을 생산한다. 제품의 99%는 미국·유럽 등 50개국에 수출한다. 단가가 낮으면 몇 센트, 많아 봤자 몇 달러에 지나지 않는 ‘소품’들을 모아 올리는 매출이 지난해 380억원이었다.

황재광(53) 사장은 “우리의 경쟁력은 신뢰”라고 말했다. 그는 “물건을 수출한 뒤 이상이 생기면 전액 주문업체의 판매가로 보상해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6년 영국 테스코사에 납품하는 도중에 컨테이너가 태양열을 받아 물건이 일부 손상됐다. 납품가격은 4만 달러였지만 판매가인 25만 달러를 물어줬다. 하지만 이런 하자는 창업 이래 고작 3건에 불과했다. 자연재해가 아닌 물건 자체에 의한 품질 이상은 한번도 없었다.

“품질은 기본입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국제인증을 따내야 합니다.”

이 회사는 사내 복지 등에 국제 노동기준을 따르도록 하는 국제 표준규격인 SA8000을 2001년 땄으며 친환경 목제 제품에 부착하는 산림경영인증인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산림관리협의회)도 획득했다.

이 회사의 생산공장은 중국 톈진과 벨기에 라홀페시에 있다. 특히 유럽의 첨단 공장은 완벽한 자동화 공정으로 기술자 한 명이 운영하고 있다. 3년 전부터 아이라이너·립글로스를 생산하고 있는 이 공장은 연간 1000만 개의 완제품을 만들어 낸다. 여기서 나오는 매출만 80억원.

이 공장의 핵심 기술은 화장품 내용물이 굳거나 마르지 않게 하는 것. 황 사장은 “본래 이 공장을 한국에 세우려고 했지만 벨기에 출신 기술자가 한국 오는 것을 원치 않아 그곳에 공장을 세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첨단 화장품 제조 공장은 독일·일본·프랑스를 포함해 지구촌에 4곳밖에 없다는 것이 황 사장의 설명이다.

20년 가까이 제조 납품업을 이끌어온 황 사장에게는 ‘사업의 은인’이 있다.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미국에서 바이어가 찾아 왔어요. 프라이드 승용차를 몰고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쌍문동 집까지 바이어를 모셔왔지요. 공장 겸 집인 안방에 쌓인 물건을 보여줬더니 실망하는 빛이 역력했어요.”

하지만 그 바이어는 미국으로 돌아가 ‘물건을 납품하라’고 주문을 냈다. 이유를 물으니 “정직해 보여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바이어는 자금이 부족한 황 사장에게 물건 값을 선불로 보내주기도 했다. 그를 통해 미국 유명 화장품 회사인 에이본에도 납품하게 됐다.

황 사장은 최근 새 사업을 위해 ‘레디케이터(redicator)’라는 무균 포장 팩을 개발했다. 장난감이나 화장품 용기 등을 특수 코팅된 비닐 팩에 넣고 가스를 주입해 표면의 바이러스를 살균하는 방식이다. 국제특허를 받은 또 하나의 야심작이다. 그는 “이 사업을 잘 발전시켜 ‘바이러 세탁소’를 차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 사장은 연간 200일 이상을 해외에서 바쁘게 보내지만 올해는 기술혁신형 기업모임인 이노비즈협회의 이사직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이봉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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