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공부] 어려운 가정환경 이기고 꿈 키우는 김소라양에게 기회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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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전라북도지사 김완주입니다.

중앙일보 공부 개조 프로젝트를 접한 순간 ‘이거다!’ 싶은 생각에 무릎을 쳤습니다. 바쁜 도정 때문에 며칠을 벼르다가 오늘에서야 편지를 씁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소개하자면, 저는 정말 어렵게 공부를 했습니다. 가난했기 때문입니다. 수업료를 내지 못해 쫓겨 온 적도 있었습니다. 당장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하자 어머니는 죽지 않을 만큼 저를 패고는 이렇게 말했지요. “사람은 가난할수록 더 배워야 한다. 지금 네가 배우지 않으면 거지밖에 더 되겠느냐?”

지긋지긋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길은 공부밖에 없었습니다. 학원을 다니기는커녕 참고서 한 권 살 돈도 없는 처지였지만 저는 죽어라 공부를 했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공부했던 기억은 평생토록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그런 기억들이 있기에, 귀사의 공부 개조 프로젝트가 누구보다 반가웠습니다. 이 프로젝트로 인해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자기 인생을 새롭게 개척할 수 있다면 도지사로서 그만한 보람이 어디 있겠는지요? 마침 도내 ‘위기가정 방문’ 기회가 있어 몇 명의 학생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공부 열의와 집안 사정을 고려한 끝에 김소라 학생을 추천합니다.

김제에 살고 있는 소라는 아버지가 안 계십니다. 10년 전 사고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어머니 혼자 어렵게 소라를 키웠지요. 올해 소라는 전주 기전여고에 합격했습니다. 김제에서는 드문 일입니다. 그런 소라가 요즘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습니다. “도시 아이들은 만날 놀아도 성적이 잘 나오는데, 왜 나는 공부를 해도 성적이 제자리인지 모르겠어요!”

도시 아이들은 과외에, 학원에, 고급 참고서에…. 소라와는 공부하는 차원이 다르지요. 부디 공부 전문가들이 소라의 고민을 해결해 주셨으면 합니다.

가정 형편 때문에 자신의 꿈을 접어야 하는 것만큼 서러운 일은 없습니다. 이는 사회적으로도 큰 낭비입니다. 귀사에서 이런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도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부디 저의 간곡한 심정을 헤아리셔서 소라가 귀사의 공부 개조 프로젝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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