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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지급기 연쇄털이 용의자 경찰 쏜 총에 맞아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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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최근 전북과 대전.충남 지역 대학에서 잇따라 발생한 현금지급기 절도사건의 용의자가 경찰의 검문에 불응, 달아나다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숨졌다. 이와 관련, 경찰이 규정을 어기고 총기를 사용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오전 10시36분쯤 대전시 동구 용운동 주공아파트 인근 동부순환도로에서 순찰 중이던 대전동부경찰서 소속 이모 경사 등 경찰관 두명이 갓길에 서 있던 검은색 매그너스 승용차를 발견했다. 이 차량은 충남 공주영상정보대학에서 발생한 현금지급기 절도미수 사건 때 CCTV에 찍힌 용의 차량으로 수배 중이었다.

경찰은 차에 타고 있던 고모(26.전북 군산시 나운동)씨와 신원을 알 수 없는 20대 남자 한명 등 두명에게 차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은 시동을 걸고 그대로 달아났고, 이 경사 등은 뒤따라 가면서 38구경 권총 공포탄 두발과 실탄 다섯발을 발사했다. 이 차량은 20분 뒤 4km쯤 떨어진 H가든 근처에서 발견됐다. 고씨는 왼쪽 옆구리에 총상을 입고 숨져 있었으며 옆자리에 타고 있던 20대 남자는 달아난 상태였다.

경찰은 숨진 고씨 등이 절도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차량을 타고 있었고 차량 안에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전기 두대와 빨간색 모자, 노루발 못뽑이(일명 빠루)등이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이들을 범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과잉대응 논란=경찰에 따르면 검문 당시 용의자들은 흉기 등 무기를 사용하며 저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행범도 아니고 살인 등 흉악범죄 용의자도 아니었다. 결국 총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순찰차로 쫓거나 다른 경찰관에게 연락해 도주로를 차단, 검거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승용차를 향해 총을 쐈는데 공교롭게 용의자가 맞아 사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문에 불응해 달아나는 용의 차량에 총기를 사용한 것은 좀 성급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제10조)은 사형.무기징역이나 징역 3년 이상의 중형이 예상되는 용의자가 저항하거나 도주할 경우에만 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금지급기를 턴 것은 특수절도에 해당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잇따른 현금지급기 절도=지난 2월 19일 전북 군산의 호원대에 설치된 현금지급기에서 470만원이 털린 것을 시작으로 올 들어 지금까지 전북과 대전.충청 지역 9개 대학 구내의 현금지급기에서 4400여만원이 도난당했다. 범행은 현금지급기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가 산소 용접기.망치 등으로 지급기 뒤쪽을 뜯거나 열쇠를 부순 뒤 현금통을 통째로 들고 달아나는 수법을 사용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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