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침수사고]엉성한 공사 물난리 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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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하 철로가 수로로 변했다.

불과 77㎜의 비로 서울 지하철 7호선을 마비시킨 2일 아침 태릉입구역 침수사고는 어이없는 인재였다.

환승역 공사장에서 범람한 중랑천 물이 지하 철로를 타고 흘러 9개 역을 연쇄 침수시킨 것이다.

◇범람 = 이날 오전6시40분쯤 서울 노원구공릉동 월릉교 아래 지하철 6호선 6 - 12공구 (중랑천~태릉구간) 선로공사 현장에 빗물로 불어난 중랑천이 범람했다.

하천물은 중랑천 석계역쪽 공사현장으로 40여m 하천을 막고 공사를 벌이며 선로공사 연결공사를 위해 물막이 벽을 쌓지 않은 곳에서 처음 흘러들기 시작했다.

이어 중랑천 공릉네거리쪽 공사현장에 하천물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해놓은 철제빔 (시트파일) 과 모래주머니가 유실되며 봇물처럼 하천물이 지하철 공사장으로 들어왔다.

처음 범람을 목격한 현대건설 인부는 "중랑천 남쪽편에 물막이 벽 없던 곳으로 물이 넘쳐오기 시작해 북쪽편을 확인해보니 이미 물막이벽이 허물어져 있었다" 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중랑천 양편으로 40m, 10m씩을 막고 공사를 벌였으며 이 공사를 위해 철제빔으로 5m 높이의 벽을 쌓은 뒤 그 뒤에 모래주머니로 물막이 벽을 쌓아놓고 공사를 벌여왔으며 석계역쪽 공사장에는 모래주머니만 쌓았을뿐 물막이 벽은 없었다.

◇침수 = 범람이 시작되자 현대건설측은 자체적으로 복구를 시도했으나 물이 계속 넘쳤다.

6호선과 환승통로로 연결돼 있는 7호선 태릉입구역 쪽으로 물이 흘러들어가자 현대건설측은 서울시도시철도공사에 오전7시30분쯤 이 사실을 알렸다.

신고를 받은 서울시도시철도공사측은 오전7시40분쯤 지하철 7호선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오전8시쯤 이미 태릉입구역 지하 4층 플랫폼에 물이 가득 고이기 시작했으며 오후1시쯤에는 지하1층 대합실까지 물에 잠겨 대피소동을 벌였다.

하천물은 계속 유입되며 지하 철로를 타고 흘러 중계~사가정역까지 9개 역이 침수됐다.

◇복구 = 사고가 발생하자 서울시소방본부.지하철건설본부.경찰 등이 동원돼 지하철 6호선 건설현장의 하천물 유입통로를 막으려 시도했다.

현대건설 인부 6백여명이 동원돼 연결통로에 토사와 시멘트를 쏟아부으며 하천물을 막으려 했으나 이날 오후까지 공사를 끝내지 못했으며 소방본부측은 양수기로 지하철역의 물을 퍼내는 작업을 벌였다.

도시철도공사측은 유입수를 퍼내고 안전점검과 청소를 끝내 지하철이 정상운행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언 기자

〈joo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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