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금리 안정세 뚜렷…달러 나흘째 연중최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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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환율.금리 하락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한때 1천3백20대까지 내리는 등 나흘째 연중최저치를 경신한 끝에 다음날 고시될 매매기준율은 1천3백35원20전으로 전날보다 3원 내렸다.

이에 따라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선 지난달 16일 이후 보름만에 무려 달러당 80원이나 빠졌다. 시중유동성 증대에 따른 단기금리 하락세가 회사채 수익률같은 장기금리에까지 옮겨붙을 조짐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통화량.단기금리 조절을 위해 사고 파는 환매조건부채권 (RP) 과 통화안정증권 낙찰금리가 최근 연19%대로 하락한데 힘입어 금융기관간 콜금리도 지난달 24일 올들어 처음 연20% 벽을 깬 뒤 29일엔 18%대까지 속락했다.

비교적 자금이 풍부한 금융기관끼리의 차입금리가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연18%대에서 요지부동이던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30일 드디어 17%대로 주저앉았다. 이에 따라 기업 자금조달과 밀접한 장기 실세금리의 하향안정세도 기대된다.

누가 봐도 국내 경제전망은 극히 불투명한데 환율이 급격히 내리는 것은 국제수지 개선 등에 힘입어 시중 외화자금이 단기적으로 넘쳐흐르기 때문이다. 이미 1분기 경상수지 흑자가 1백억달러를 넘어선데다 해외차입 성공으로 가용 외환보유고가 3백10억달러를 넘어섰다. 대부분 기업이 예금주인 거주자 외화예금도 급증추세여서 8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홍콩계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만일에 대비해 기업.금융권 할 것 없이 올들어 달러비축에 나선데다 월말 수출결제자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단기적으로 극심한 달러공급 초과현상을 빚고 있다" 고 설명했다.

월초 수입결제자금용 또는 외채 원리금 상환용으로 달러수요가 일면서 이달중 환율이 다소 반등할 가능성이 크지만 역시 1천3백원대의 횡보국면을 지속할 것이라는게 상당수 외환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금융기관 자금난과 실업누적에 따른 노사분규가 불거져 '대란설' 이 떠도는 6월에도 이러한 환율안정세가 이어질지에 대해선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실정이다.

홍승일 기자 〈hong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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