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 첫 지방나들이]대구·경북 껴안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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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30일 첫 '지방출장' 을 나갔다. 방문지는 대구.포항. 金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기회만 있으면 이곳을 찾았다. TK (대구.경북) 지역의 '반 (反) DJ정서' 를 묽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대선결과는 실망적이었다. 득표율이 기대에 못미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TK를 중시하고 있다. 이곳이 정치적으로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민통합.동서화합을 위해서도 그렇고, 경제난국 극복을 위해서도 그렇다.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선 TK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게 청와대측 판단이다. 金대통령으로선 또 6.4지방선거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 5년 뒤 정권 재창출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를 입증하듯 金대통령은 TK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대구시청의 보고를 받는 자리에선 무려 50분간 격려사를 했고, 대구시와 경북도의 20여개 건의사항중 상당수를 수용했다.

그가 명백한 반대를 표시한 것은 2001년 대구 여름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문제 하나뿐이었다. 다만 민감한 사안인 위천공단 문제, 경부고속철도 노선 경주통과 허용문제에 대해선 각각 '조기결론' '합리적 해결' 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金대통령은 가는 곳마다 " '김대중정부' 가 성공해야 여러분이 성공한다" 며 열심히 "도와달라" 고 했다. 대구시청에서는 "여러분이 지금까지 나를 도와준 일이 없으나 나는 손색없는 애정을 표시해 왔다" 며 "이제 여러분의 마음을 확 열고 정부를 지지해 달라" 고 말했다.

경북도청에서는 " '김대중정부' 가 실패하면 여러분이 실패하는 것" 이라고 했고, '대구.경북 국가기도회' 에선 "영남에 대해선 호남과 똑같이 존경하고 사랑한다" 고 했다. 대구지역 유력인사 3백여명과 오찬을 같이하는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金대통령의 두번째 주제어는 지역.인사차별 '절대 없음' 과 동서화합. 그는 인사편중 논란에 대한 영남의 비판적 분위기를 의식한 듯 연설 때마다 "결단코 차별하지 않겠다" 고 말했다.

"인사에서 한 두건 '이렇게 안했으면 좋았을 걸' 이라는 생각을 한 적은 있지만 장.차관과 국영기업체장 인사를 표로 만들어 놓고 보면 역대 어느 정권보다 공정했다" "과거에는 한 지역 (호남) 이 너무 배제됐고, 한 지역 (영남) 으로 너무 쏠렸으므로 이제 균형잡힌 것으로 보면 된다. 문제가 있는 것은 앞으로 시정하겠다" 는 등의 홍보도 열심히 했다.

金대통령은 이어 포항~대구 고속도로 기공식에 참석, 포항발전을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박태준 (朴泰俊) 자민련총재도 국가기도회.오찬.기공식에 참석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金대통령이 선거운동을 하고 다닌다고 비난했다.

金대통령은 이런 공세에서 벗어나기 위함인 듯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행사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달말 부산에서 열리는 '해양의 날' 행사에는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대구 =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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