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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환란수사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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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인호 (金仁浩) 전 경제수석이 30일 소환되면서 말도 많던 환란 (換亂)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검찰은 강경식 (姜慶植) 전 부총리도 곧이어 소환, 이 사건을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마무리할 방침이지만 딱 부러지는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 것 같다.

검찰 관계자는 "金전수석과 姜전부총리는 조사할 게 많아 한번 더 불러 조사할 수 있다" 고 밝혀 이들의 처리를 놓고 고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검찰의 가장 큰 고민은 金전수석과 姜전부총리는 물론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의 진술이 감사원 특감결과와 전혀 다르다는 데 있다. 만약 검찰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姜전부총리측의 진술이 맞다고 한다면 이들에게 직무유기죄를 적용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후임 임창열 (林昌烈) 전 부총리에게 '화살' 이 돌아갈 수도 있다.

또 金전대통령은 감사원 답변과 곧 제출할 검찰 서면답변을 통해 국제통화기금 (IMF) 지원요청 인수인계 문제 등에서 林전부총리보다 姜전부총리.金전수석의 편을 든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우선 姜전부총리와 金전수석은 감사원 답변에서 "지난해 11월8일 金전대통령에게 IMF지원을 검토한다는 사실을 보고했으며 11월10일 '금융시장안정대책 추진방향' 을 보고할 때도 IMF지원과 외자조달 문제를 협의하겠다는 보고를 했다" 고 진술하고 있다.

金전대통령도 감사원 답변을 통해 "지난해 11월10일 姜전부총리의 보고를 듣고 나서 IMF문제를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며 姜전부총리측을 편들고 있다. 이는 "어떻게 창피하게 IMF에 가느냐. 내 재임중엔 안간다" 며 지난해 11월10일까지 위기의 실상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감사원 특감결과와 전혀 다른 것이다.

또 업무 인수인계와 관련해서도 金전대통령은 "지난해 11월19일 신임 林부총리에게 姜전부총리로부터 IMF자금지원 문제를 포함, 업무 인수인계를 철저히 하도록 당부했다" 고 진술하고 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姜전부총리가 인수인계를 제대로 안한 부분보다 林전부총리가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도 구제금융 요청 사실을 부인한 책임이 더 크다.

이 때문인지 "결과가 중대할 경우 직무유기죄를 폭넓게 인정한다" 며 사법처리에 적극적이던 검찰은 "수사의뢰됐다고 해 반드시 기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며 한발짝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철근 기자〈jeconom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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