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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다시 못 보리 … 식물 4종 멸종 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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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파초일엽 등 고등식물 4종이 한반도에서 멸종한 식물로 등재됐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최근 발간한 『한국 희귀식물 목록집』에서 파초일엽·다시마고사리삼·무등풀·벌레먹이말을 국내 야생에서 멸종한 식물로 분류했다. 사람이 재배하거나 외국에 자라는 경우는 있지만 국내에 야생 상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국립수목원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기준에 따라 분류했다. IUCN은 멸종했다는 확실한 정보가 있거나 최근 50년 동안 살아있다는 증거가 없을 때 야생에서 멸종한 것으로 간주한다. 사람이 재배하는 것도 없고 외국에도 없을 경우 완전 멸종으로 분류한다. 국내에는 약 3만 종의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이 중 고등식물(관속식물)은 4000종이다.


파초일엽은 고사리 종류에 속하며 잎이 넓어 온실 화초로 인기가 높다. 일본·대만·중국에도 자라며 국내에서는 제주도 삼도(섭섬)가 최북단 자생지로 알려져 있다. 삼도 서식지는 1962년 천연기념물(18호)로 지정됐다. 파초일엽은 사람들이 몰래 캐가면서 자생지에서는 완전히 사라졌다. 국립수목원은 제주도 주민들이 키우고 있던 파초일엽을 가져다 2002년 삼도에 심었고 현재 자라고 있다.

사초과 식물인 무등풀은 1938년 광주 무등산에서 일본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이 발견한 이후 최근 50년 동안 관찰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만 보고된 고유종이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멸종했을 가능성이 크다. 학계에서는 한때 상금을 내걸고 찾아 나섰으나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야생 멸종으로 분류돼 있지만 완전 멸종에 가깝다.

식충식물인 벌레먹이말은 1935년 경북 영천에서 도봉섭 교수가 채집한 이후 발견되지 않았다. 아열대식물인 다시마고사리삼도 전남 해남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50년이 넘도록 보고가 없었다. 이번 목록집은 8년 작업 끝에 완성됐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이나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관련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희귀식물 571종을 IUCN의 기준에 따라 재분류했다. 국립수목원은 ▶광릉요강꽃·금새우난초 등 144종은 멸종위기종으로 ▶모데미풀·문주란 등 122종은 위기종으로 ▶가시연꽃 등 119종은 취약종으로 ▶만병초·히어리 등 70종은 관심종으로 ▶제비붓꽃 등 112종은 자료부족종으로 지정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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