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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레어의 개혁1년]블레어리즘의 산실 런던정치경제大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 1년간 '준비된 재상 (宰相)' 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개혁정책 아이디어들은 과연 어디서 나온 것일까.

'블레어리즘의 산실 (産室)' 이 런던경제대학 (LSE·런던 스쿨 오브 이코노믹스 앤드 폴리티컬 사이언스) 이며, 그 배후엔 앤서니 기든스 학장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구 (舊) 질서가 붕괴되고 세계화추세 속에서 국가 주권 개념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노동당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고 있던 블레어는 94년 기든스 (당시 케임브리지대 사회학 교수)가 쓴 한권의 책에서 해답을 찾았다.

'좌.우를 넘어 - 래디컬 정치의 미래' 란 65쪽짜리 논문은 노동당의 새 패러다임에 목말라하던 블레어에게 극단적 자유주의도, 좌파적 개입주의도 아닌 '제3의 길' 을 열어주면서 블레어와 LSE를 잇는 가교가 됐다.

보호와 책임의 균형, 일하는 복지, 소외와의 투쟁 등 블레어리즘의 골격이 기든스가 이끄는 LSE 학파로부터 나왔다. 그래서 LSE는 블레어가 신봉하는 '극단적 중도주의의 공장' 이라는 얘기까지 있다.

현재 LSE에는 영국 최고의 경제학자로 손꼽히는 스티븐 니첼과 존 그레이를 비롯, 역사학자 린다 콜리, 사회학자 율리히 벡, 클린턴 행정부에서 활동하던 올리버 하트, 케네스 셉슬, 리처드 세네트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교수들이 포진해 있다.

모두 기든스가 학장 취임 이후 끌어모은 사람들이다. LSE 전체 교수진중 20여명이 블레어 정권과 직·간접으로 관계를 맺으며 영국 개혁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30년대 걸출한 사회주의 경제학자였던 윌리엄 비버리지를 배출, 영국 복지제도의 틀을 짰던 LSE는 70년대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와 앨런 월터스라는 두명의 자유주의 경제학자를 통해 대처리즘의 길을 열었다.

이제 LSE는 블레어와 손잡고 영국개혁을 위한 세번째 혁명을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파리 = 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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