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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 신비]건망증과 치매의 차이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친구와 약속을 해놓고 깜빡 잊은 경우 약속을 아예 하지 않았다고 우기다간 큰일난다. 왜냐하면 "깜박잊었다" 라고 대답하면 건망증으로 여겨지지만 약속하지 않았다고 잡아뗐다가는 치매 환자 (?) 로 몰릴 수도 있기 때문. 실제로 치매와 건망증은 다르다.

건망증은 기억이 잘 안되는 현상으로 먼 과거 일이나 최근 일을 깜빡 잊는 증상이지만 치매는 건망증은 물론, 판단력.통찰력.장소.시간, 사람에 대한 인지능력등 전반적인 지적능력의 장애를 말한다.

건망증과 치매는 뇌에서 작용하는 과정도 다르다. 건망증은 뇌의 신경회로가 다른 사람보다 좋지 않아서 나타난다. 정보를 뇌속에 입력.저장해 회상하는 과정이 흐릿해 기억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다. 반면 치매는 뇌의 신경조직 손상에서 일어난다. 치매환자는 나이가 들수록 이 신경세포의 파괴가 심해지는데 그 결과 기억장애나 판단장애가 나타나는 것. 따라서 건망증이 심해 주위로부터 "너 곧 치매에 걸리겠다" 는 놀림을 받아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작용하는 과정이 다른 만큼 원인도 다르다. 우선 건망증은 현대사회의 과다한 정보량이 가장 큰 원인이다. 기억해야 할 일이 많고 걱정할 것도 많다보니 당연히 잊어버리는 일도 늘기 마련인 것. 이에 비해 치매는 뇌세포가 외부의 충격으로 손상되거나 뇌세포의 노화 혹은 퇴행으로 인해 일어난다.

따라서 건망증이 심하면 휴식을 취하거나 우울증 등을 치료하면 회복이 가능하지만 치매는 일단 한 번 걸리고 나면 회복이 어렵다는 차이가 있다.

삼성의료원 신경과 나덕렬 (羅悳烈) 박사는 "치매와 건망증을 동시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뇌에 산소와 영양분을 원활히 공급해야 한다" 며 "술.담배를 억제하고 충분한 수면과 운동 그리고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많이 먹는 등 일상적인 예방이 최선" 이라고 일러준다.

羅박사는 "치매와 건망증이 분명히 다르지만 때때로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건망증이 심해질 경우 뇌의 정밀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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