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 지음, 쌤앤파커스
304쪽, 1만3000원
부제가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이다. 그런데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지은이의 입담이며 급소를 찌르는 솜씨가 대단한 덕분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다.
표제글인 ‘나는 아내와의…’를 보자. 살아있는 이상 우리는 반드시 후회를 하지만 심리적 건강을 위해 확 저질러 버리는 편을 권한다.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는 오래가는 반면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는 바로 끝난다나.
‘묘하게 슬프고 에로틱한’ 여자를 찾던 지은이는 독일 유학 중 잠깐 다니러 온 길에 튼튼하고 용감한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얼마나 튼튼한지 팔뚝 굵기가 장난이 아니어서 팔베개 삼아 잠을 청해도 바로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았단다. 첫 키스도 그녀가 살던 아파트 노인정 화장실 담벼락에 밀쳐놓고 했단다.(그의 아내는 그 이야기만 나오면 아주 심하게 열을 받는다는데 지은이는 ‘욕 먹어 싸다’고 스스로 인정한다.)
그런데 정말 지은이는 결혼을 가끔 후회한단다. 아주 가끔…. 그러나 그때 그 ‘묘하게 슬프고 에로틱한 여인’과 결혼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남자들은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를 훨씬 더 많이 하는 반면 여자들은 이미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를 훨씬 많이 한다는데도 이런 이야기를 하니 고개가 갸웃거려지긴 한다.
웃자고 하는 소리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 중년들의 아픔을 짚어내는 부분은 예리하다. 삶의 즐거움을 찾기 힘든 이 땅의 사내들이 보이는 현상으로 ‘큰 가슴으로의 퇴행’ ‘마라톤 열풍’ ‘폭탄주’ ‘마사지 열풍’을 꼽는다. 모두 소통 부재, 어디 가서 누구에게 편하게 맘을 털어놓을 수 없는 탓이다. “가슴에 머리를 처박고 울고 싶어서” “고통으로 존재를 확인하려” 들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이는 “심각한 자폐증 증세의 하나” 이며 정서적 교류에 목마른 ‘피부자극 결핍 증후군’이라 이름짓는다.
자신의 행복’에 관해서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못한 중년 남성들을 위한 지은이의 처방은 ‘재미’와 ‘감탄’이다. 어쩌면 아내에게 ‘외롭고 허전한’ 남자들의 심리를 이해시키는 데 도움이 될 법도 하다.
김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