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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칙과 기준이 있는 정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방자치단체장 후보공천과 정계개편을 둘러싼 최근의 여야 움직임을 보면 정치의 원칙과 기준이 무엇인가 하는 새삼스런 의문이 든다. 정당들은 도대체 무슨 기준과 원칙으로 공천을 하고 영입을 하는가.

또 정치인들은 무슨 기준과 원칙으로 이 당에서 저 당으로 옮겨가고, 공천교섭을 수락하는가. 원칙과 기준없는 정치는 자칫 권력과 이권 지향적 거래나 흥정으로 전락하고, 이런 행태는 바로 정치에 대한 국민 신뢰를 손상시킬 뿐이다.

가령 여권이 수도권 광역단체장에 환란 (換亂) 의 책임을 통렬히 추궁받고 있는 직전정권의 총리.부총리 및 현역시장을 공천키로 함으로써 정당의 정체성을 판단할 기준과 원칙에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 여권은 당선 가능성이 최우선 기준이 될 수밖에 없고 그 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바꾸어 말하면 집권여당이 독자적인 정책이나 주도세력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집권여당이 그들 내부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바와 같이 권력·감투를 좇는 '철새' 들의 집합처로 비치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우리는 여당이 숫자의 논리, 당선 가능성, 개인적인 유·불리 차원을 넘어 보다 탄탄한 원칙과 기준을 지킬 때 스스로 우세한 명분을 얻을 수 있고 정치의 질도 향상되리라 믿는다.

여소야대를 반전시키기 위한 정계개편도 같은 맥락에서 사려깊은 대응이 있기를 바란다. 먼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끔 나름의 원칙과 기준에 합당한 사람들을 투명하게 받아들여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도덕성에 약점이 있는 사람이나 '습관적 철새족' 들을 가리지 않고 끌어모아 '다수' 를 도모하는 것은 과거 여당의 악습을 되풀이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집권경험을 살리기는커녕 점점 더 구야 (舊野) 의 퇴영적 행태를 닮아가는 한나라당에도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최근 부상하는 일각의 반여 (反與) 정서에 기대어 마치 '강공드라이브' 만이 살길인듯 착각해서는 안된다. 야당으로서의 독자성을 확립하고, 나름의 원칙과 기준을 갖고 대여 (對與) 투쟁을 해야 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정치바람이 거세지고 있는데 이런 때일수록 여야 모두 정치의 원칙과 기준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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