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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공개 최진실, 광고주에게 배상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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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고(故) 최진실씨가 남편에게 폭행당한 모습을 공개하는 등 광고 모델로서 품위를 잃었다면 광고주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S건설사가 최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S사는 2004년 3월 최씨에게 아파트 분양광고 모델료 2억5000만원을 지급하면서 ‘계약기간 최씨가 본인의 책임으로 사회적·도덕적 명예를 훼손해 S사의 이미지를 떨어뜨렸을 때는 5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최씨는 같은 해 8월 당시 남편 조성민씨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붓고 멍든 얼굴 사진과 파손된 집안 내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그러자 S사는 광고계약 해지 통보와 함께 계약상 손해배상금 5억원과 위자료 4억원, 광고비용 21억원 등 모두 30억원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모델료 2억5000만원을 돌려주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최씨에게 배상 책임은 있으나 계약상 손해배상금 5억원은 부당하게 높기 때문에 모델료 수준으로 낮추는 게 적정하다는 판단이었다. 반면 항소심은 “최씨가 조씨의 폭행을 적극적으로 유발했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최씨가 스스로 사회적·도덕적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 없어 배상 책임이 없다”며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씨에게 이미지 손상에 대한 책임이 없더라도 그 손상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계약상 의무가 있는데 멍든 얼굴과 충돌 현장을 촬영토록 허락하는 등 품위 유지 약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광고주가 연예인, 운동선수와 광고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이들의 신뢰성, 명성 등 긍정적인 이미지를 이용하려는 것이어서 계약 때 약정한 품위유지 의무를 지키지 못했다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최씨가 사망함에 따라 유산을 상속받은 아들(8)과 딸(6)이 이번 소송의 피고가 됐으며, 이들이 미성년자라 최씨의 어머니가 법정대리인으로 돼 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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