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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에게 일자리, 사회가 더 예뻐지겠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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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기업의 사회공헌도 수요 공급과 시장경제 원리를 따지는 시대다. 금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있는 곳에 제때 공급하고, 나라와 사회환경에 맞춰 적절한 도움을 베풀 때 사회공헌 활동의 효과도 커진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올해 창사 100주년을 맞은 세계 최대 프랑스 화장품 회사 로레알은 시장원리를 따지는 사회공헌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만큼 진출한 나라마다 실정에 맞는 아이템을 발굴한 것. 한국에선 일하는 여성에 초점을 맞춘 ‘워킹맘, 두 번째 아름다운 선택’ 캠페인을 준비했다.

클라우스 파스벤더(46·사진) 로레알코리아 사장은 “출산이나 육아 때문에 한창 나이에 사회활동을 멈춘 여성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선진국 못지않은 능력과 열정을 지닌 한국 여성들이 사회 진출이나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걸 보고 기혼 여성의 재취업을 돕는 사업을 착안했다. 그는 “우리가 문제를 다 해결할 순 없더라도 적어도 한국 사회에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경종은 울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워킹맘 캠페인’은 재취업을 준비 중인 여성들을 뽑아 일주일간 재취업 강연, 메이크업 특강을 비롯해 이력서 작성과 인터뷰 요령 등을 가르친다. 크게 ‘취업 사관학교’형 재취업 아카데미와 특강 행사가 있다. 재취업 아카데미는 연 2회, 특강은 연 4~5회 진행하고 반응이 좋으면 더 늘릴 예정이다.

로레알이 올해 각국에서 진행하는 사회공헌 활동은 나라별로 특색이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미용 교육 프로그램을, 포르투갈에서는 학교 중퇴자나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을 돕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독일 출신으로 함부르크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파스벤더 사장은 2004년 한국에 부임했다. 이에 앞서 크라프트 같은 식품회사를 거친 뒤 1997년 로레알에 합류해 프랑스에선 로레알 파리 브랜드 사장 등을 지냈다.

한국에서 5년 일하는 동안 이제 한국 여성들의 화장품 소비 습성을 속속들이 꿰뚫게 됐다. “한국 여성은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다양한 화장품을 쓸 뿐만 아니라 신규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크다”는 것이다. 한국시장은 워낙 역동적이고 반응이 빨라 파리 본사에서도 신제품의 대표적 ‘테스트 마켓’으로 여긴다고 한다. 로레알에 따르면 한국 여성들은 기초 화장품을 평균 11종, 색조는 12종을 쓴다. 사계절이 뚜렷해 피부 관리에 더 신경을 쓰는 데다 색조 화장품 선호도가 높다는 것이다.

파스벤더 사장은 지난해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선정될 만큼 서울 사랑이 남다르다. 매주 두세 차례 자택인 한남동을 출발해 남산 일대 7~8㎞를 조깅할 만큼 운동을 즐긴다.  

이승녕 기자

◆로레알(L’oreal)=프랑스 화학자 외젠 슈엘러가 1909년 설립했다. 자신이 개발한 머리 염색제를 상품화한 것이 계기가 됐다. 로레알 파리·메이블린 뉴욕을 비롯, 랑콤·비오템·키엘 등 23개 브랜드군으로 지난해 170억 유로(약 30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6년엔 바디숍을 인수했다. 작고한 창업자 슈엘러의 외동딸인 릴리안 베탕쿠르 일가가 지분을 30% 넘게 보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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