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그 바다 … 윤영하, 그가 돌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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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29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지키다 전사한 고(故) 윤영하 소령이 7년 만에 되돌아왔다. 그가 생명을 바쳐 수호했던 바로 그 조국 바다로의 귀환이었다. 해군은 2일 서해 NLL 최일선에 유도탄고속함 ‘윤영하함’을 첫 배치했다.


제2차 연평해전이 벌어졌던 그날은 온 나라가 월드컵 4강전의 열기에 묻혀 있던 때였다. 고 윤 소령은 그가 지휘하던 참수리 357호(고속정)를 NLL을 침범해 연평도 서쪽으로 넘어온 북한 경비정에 근접시켰다. “북상하라”고 경고 방송했지만 북한 경비정은 거부했다. 고 윤 소령은 357호를 북한 경비정에 450m가량 접근시켜 재차 경고 방송에 나섰다. 그러나 북한 경비정은 기다렸다는 듯 구경 85㎜ 함포를 발사했다. 고 윤 소령이 있던 조타실이 집중 타격됐고 그는 가장 먼저 피격당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죽어서도 자신의 이름을 통해 나라를 지킨다. 440t급인 윤영하함은 지난해 12월 취역한 뒤 5개월에 걸친 실전배치 훈련을 포함한 전력화 과정을 거쳤다. 고 윤 소령은 북한군 함정의 선제 기습 공격에 전사했지만 윤영하함은 기동성·은닉성·타격력을 높여 교전 시 희생을 최소화했다. 윤영하함은 140㎞ 사거리를 가진 대함(對艦)유도탄 ‘해성’과 16㎞를 날아가는 76㎜ 함포, 분당 600발의 사격이 가능한 40㎜ 함포를 장착했다. 선체는 스텔스 기법을 적용해 적의 레이더 탐지를 최대한 피하게 했다. 어망에 걸리지 않고 낮은 수심에서도 신속한 기동이 가능하도록 스크루를 없애고 물을 내뿜어 추진력을 얻는 ‘워터제트’ 방식을 도입했다. 선체 길이 63m에 폭 9m로 최대 속력 40노트(74㎞)다. 승조원 40여 명이 탈 수 있다.

서해를 관장하는 2함대 사령부에 윤영하함이 투입되면서 우리 해군은 구축함·호위함 등과 함께 압도적 대북 해상 전력을 갖추게 됐다. 해군은 윤영하함을 포함해 총 24척의 유도탄 고속함을 건조할 예정이다. 1번함인 윤영하함에 이어 2~6번 함정에도 2차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 한상국·조천형·황도현·서후원 중사와 박동혁 병장의 이름이 붙여진다.

윤영하함의 함장은 1999년 1차 연평해전 당시 북한군을 격퇴한 참수리 325호 정장인 안지영(39·해사 47기) 소령이 맡았다. 안 소령은 “적이 도발할 때 현장에서 승리해 반드시 NLL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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