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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연맹 - 축구협회 대표 차출 선수 보상 싸고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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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한축구협회(이하 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이 ‘돈 문제’로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연맹은 축구 대표팀 선수 대부분이 프로 구단 소속이므로 이들이 뛰는 A매치 수익 일부를 구단에 나눠줘야 한다며 협회를 압박하고 있다. 협회는 국가대표 의무 소집기간 외 훈련일에만 일정액을 지급하겠다는 방어적 입장이다.

곽정환 연맹 회장은 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이 내년 남아공 월드컵 출전선수 1인당 약 6300만원(1600달러×32일=5만1200달러)씩을 선수 소속 구단에 지급하기 위해 4000만 달러의 예산을 책정했다”고 전했다. 곽 회장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는 2010년보다 75% 늘린 7000만 달러의 예산을 세웠다. 이는 국제 축구계가 프로 구단 소속 선수를 빌려와 A매치나 각종 대회를 치를 경우 수익을 프로 구단과 나눈다는 원칙이 확고해졌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준하 연맹 사무총장은 올해 초 협회와 이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의견을 나눴다며 “연맹은 1년 기준으로 선수 연봉의 10% 또는 ‘연봉의 하루치 액수×소집 일수’에 해당하는 금액을 소속 구단에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진국 축구협회 전무는 “대표팀 운영규정에 소집 기간 중 일당과 실비를 지급하도록 돼 있으므로 이를 지키면 된다. 다만 의무 소집기간 외 훈련일에만 선수 한 명당 일정 금액을 소속 구단에 지급할 계획은 있다”고 말했다.

연맹과 프로 구단들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오는 데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피해의식이 깔려 있다. 구단이 막대한 돈을 들여 키워온 선수를 협회가 공짜로 데려가서 엄청난 돈을 벌고 있는데 정작 구단은 ‘부스러기’조차 받아먹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지난해 협회 총수익 554억원 중 A매치를 통한 직접 수익(입장료, TV 중계권)은 80억원에 달한다. 대표팀을 후원하는 스폰서 금액까지 합치면 338억원으로 전체 수익의 61%를 차지한다.

한 프로구단 단장은 “구단들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데 협회는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건 말도 안 된다. 프로 선수들이 뛰어서 생긴 수익의 일정 부분을 구단에 나눠줘야 협회·연맹·구단이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의 경우 AC 밀란(이탈리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등 명문 클럽 모임인 G14에서 대표선수 차출에 대한 보상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 FIFA와 유럽축구연맹(UEFA)은 향후 6년간 월드컵과 유럽선수권 등 국가 대항전을 위한 선수 차출에 대해 총 2억5200만 달러(약 310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축구협회 산하 단체로 돼 있지만 운영은 독립적으로 해 왔고, 이달 중 사단법인으로 등록할 예정이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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